軍복무 1년?… 대선 다가오니 또 달콤한 유혹

입력 2017-01-19 05:03

선거철이면 제기되는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학업 중단과 경력 단절, 취업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청년층에게 군 복무기간 단축은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현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실현성이 희박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으로 젊은 표심을 흔들어놓고 안보의식만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때만 되면 안보를 정치수단으로 삼는 군 포퓰리즘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국방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8일 국방부에 따르면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인 현 복무기간을 유지하더라도 2020년쯤이면 ‘병역 자원 절벽’ 현상에 도달한다. 2000년대부터 급격히 떨어진 출산율로 2020년대 초반이면 입대 병력이 제대 병력보다 연평균 2만3000여명 모자라게 된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무기간이 1개월 줄면 실제 병력은 1만명 정도 감소하는 결과가 나온다.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듯 복무기간이 12개월이나 10개월로 줄 경우 2020년쯤이면 부족 인원은 10만명이 넘어서게 된다.

국방개혁안에 따르면 군은 현재 62만5000명인 병력 규모를 2022년 52만1000명 규모로 줄일 계획이다. 이 중 병사가 30여만명, 간부 인력이 22만명 정도다. 2022년 병역검사를 받게 될 인원은 2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대체복무요원, 상근예비역을 제외하고 현재 현역 판정률 85%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가용 병력은 16만명 정도다. 필요한 30만명에서 14만명이 모자라고 병력 규모는 38만명으로 줄게 된다.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 총 병력은 128만명에 달한다. 병력 규모면에서 북한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모자라는 인원을 부사관 등 초급간부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인건비가 투입돼야 한다. 인건비로만 적어도 4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현재의 국방예산으로는 충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첨단 무기체계가 제대로 갖춰질 경우 부족한 병력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메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또 무기체계가 실전배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병사들 숙련도가 떨어져 사실상 ‘전투원’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병훈련기간을 제외하고 병사들이 임무와 작전, 장비 운용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1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복무기간이 1년 미만으로 단축되면 훈련만 받다 제대하게 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과 같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적이 없는 국가라면 이 정도 훈련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문 전 대표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일각에서 (문 전 대표가) 집권 시 임기 중에 병사의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군이 첨단화·정예화돼 우리 병력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 병사의 복무기간은 12개월까지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원론적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백상진 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