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독일식 내각제 개헌을 위하여!

입력 2017-01-19 18:55

공교롭게도 7개월 주기로 신간을 내놓고 있다. 헌법학자인 김욱 서남대 교수는 2015년 11월 ‘아주 낯선 상식’을 통해 한국정치에 영남패권주의가 남긴 폐해를 지적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6월에는 전작의 논지를 좀 더 구체화한 ‘아주 낯선 선택’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그가 이번에 ‘개헌전쟁’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개헌이다. 저자 특유의 선명하고 집요한 문장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의 종착점이 개헌으로 귀결돼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영남패권주의를 성찰하게 하고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도에 오를 수 있는 정의로운 기회가 기적적으로 찾아왔다. (중략) 영호남 모두 과거 헌정체제의 관성 속에서 헌법적 제도개혁 없이 그저 대통령선거를 조금 일찍 치르는 것으로 이 혁명적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전작들이 그랬듯 저자의 관점은 확고부동하다. 새누리당 친박 진영은 영남파시즘 세력이다. 더불어민주당 친노 진영은 이들과 적대적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주목하는 지점은 ‘성찰적으로 새누리당과 절연한 영남’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호남’의 연대를 통해 구축되는 제3지대다.

개헌은 영남패권주의를 혁파하는 방법론이다. 과반수 득표에 관계없이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현행 선거의 승자독식 구조를 비판한다. 결론은 내각제 개헌이고, 롤 모델은 독일이다. 독일은 정당 지지율과 의석 점유율을 일치시키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개헌이 이뤄지면 소수 세력이 지금보다는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낸다. 저자는 “개헌 이슈를 앞에 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심과 경계”라고 수차례 강조한다. ‘집권자나 정당·정치인들, 그리고 맹목적으로 정파를 추종하는 지지자들이 제기하는 개헌 혹은 호헌 주장은 반드시 의심과 경계를 먼저 해야 한다. 단언컨대 그들의 최대 관심은 집권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언론인 출신 논객이자 언어학자이기도 한 고종석도 ‘기어가는 혁명을 위하여’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들의 명예로운 정치혁명은 ‘한국형 내각책임제’의 성취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적었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내용은 사표(死票)를 최소화한 독일 선거제도와 흡사하다. 고종석은 지금을 ‘혁명의 시간’으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이 혁명이 2020년 5월 29일까지 계속되는 ‘기어가는 혁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명의 종착 시점을 2020년 5월 29일에 못 박은 것은 이날이 20대 국회가 끝나는 날이고, 개헌을 통해 새로운 통치 시스템이 작동되기 시작하는 시기여서다. 30페이지밖에 안 되는 팸플릿 형태의 책자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