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도 멀리하기도… 潘을 보는 복잡한 시선들

입력 2017-01-18 18:12 수정 2017-01-18 21:1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광주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 묘비를 쓰다듬고 있다. 그는 이날 광주와 전남 여수에 이어 여권의 지지 기반인 대구도 방문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를 바라보는 정치권 시선이 복잡해지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탈당이나 합종연횡 움직임이 없는 데 대한 조바심이 감지된다. 새누리당에서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20여명이 탈당하고 정계개편으로 정치권이 요동칠 것이라는 예측은 무색해졌다. 그러나 10년간 해외생활을 하고 온 반 전 총장이 의도적으로 정치권과의 접촉을 피하고 대국민 소통 행보에 주력하기 때문에 정치적 파괴력을 예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12명은 18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했다. 정진석 의원은 “개헌 얘기를 많이 했고 반 전 총장 얘기는 단 한마디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충청권 의원들과 반 전 총장 간 접촉 여부에 대해 “의원들 개별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을 돕겠다”며 “설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의 소중한 경험과 식견이 의미 있게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이 별로 매력을 못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박한 평가는 반 전 총장과의 연대설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측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아무 연락이 없다”고 했다. 반 전 총장 행보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차갑게 답했다.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과의 ‘밀당’(밀고 당기기) 수위를 높였다. 반 전 총장의 현재 행보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바른정당 등 보수세력과 힘을 합치는 것은 견제하는 상황이다. 박지원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폐쇄적이지는 않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은) 국민의당과는 함께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 (당은 그를 향해) 거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 측근 인사들이 이명박정부 사람들인 점,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현 정부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대표는 “정체성이나 위기관리 능력, 언행이나 그분을 싸고 있는 인사들이 국민의당의 정강정책이나 정체성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브콜도 동시에 나왔다. 김영환 최고위원은 “반 전 총장이 서 있는 정치적 기반이 오염된 지역과 청정지역 둘로 나뉜다”며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그 청정지역에 있는 정당”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문을 닫았고 국민의당은 열려 있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이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밖에 없다”며 “그렇게 될 때 킹과 킹메이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 공세도 거세졌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친족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망신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윤해 문동성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