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통화전쟁’의 포성이 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달러화 강세 추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데 이어 ‘약한 달러’로 수출경쟁력까지 챙기려는 것이다. 각국 외환시장은 출렁였다. 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가치를 공개 조작할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원·달러 환율은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7.8원 하락한 1166.7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9일(1165.9원) 이후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중국 위안화도 영향을 받았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0.68% 올렸다.
반면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100.350까지 추락했다. 장중 100.26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달러 인덱스가 이달 초만 해도 103선 위로 올라서면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과 극의 움직임이다.
달러화 가치 급락은 ‘돌출 발언’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 달러 강세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killing us)”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사실상 ‘환율 구두개입’에 나서자 시장에는 불안감이 번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추세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더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 시장 개입 가능성까지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환율 전쟁’에 뛰어들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열리는 트럼프 취임식이 변곡점”이라면서 “당장은 달러화가 완만한 하락세에 머물겠지만 3분기 중국 등이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윤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트럼프의 발언은 달러화 강세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부담이 되는 걸 고려한 ‘립서비스’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미국 정부의 ‘환율 조정’도 쉽지 않다고 봤다. 구두 개입에 머물 게 유력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으로 의도한 효과를 거두려면 여러 번에 걸친 대규모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달러화 약세 기대에 맞춰졌을 때로 시점을 잘 잡아야 하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의 공조도 필요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해 왔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눈총’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트럼프, 환율도 맘대로?… “달러 너무 강하다” 한마디에 원·달러 환율 급락
입력 2017-01-18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