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자신의 현장 행보에 대한 부정적 언론 보도를 겨냥해 “페이크(가짜) 뉴스,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이런 걸 고쳐야 한다”며 격정을 토로했다. 최근 퇴주잔에 받은 술을 마셨다거나 환자용 턱받이를 착용했다는 논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파리에 가서 전철(승차권)을 끊을 때 금방 할 수 있나. 왜 그걸 못 하느냐고 비난하면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그는 이날 대구 서구의 한 고깃집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불만을 쏟아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질문에 대해 “앞으로 답변을 안 하겠다”며 “약간의 실수, 실수도 아닌데 대단한 논란이 되는 것처럼…”이라며 억울해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합의와 관련,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문제 제기를 거듭하는 언론을 “나쁜 놈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고깃집 행사를 마친 후 자리를 뜨며 한 참모에게 “내가 역사의 잘못을 한 것처럼 (나에게) 와서 그것(위안부 문제)만 물어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악의적 왜곡 등에 대해 격정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회동키로 했다. 장소는 서울 강남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이다. 국내 정치 기반을 갖추지 못한 반 전 총장이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 전 대통령과 힘을 모으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 총장 지원 그룹에는 이미 이명박정부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사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 전 총장 측 인사 사이에선 “과거정부 인사들의 참여로 ‘정치교체’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 전 총장은 18일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와 전남 여수, 여권 지지 기반인 대구 지역을 방문하며 ‘국민 대통합’ 메시지를 띄웠다. 그는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한 뒤 “광주와 호남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시발점이 되는 곳으로 민주주의의 원산”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최근 화재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광주와 달리 서문시장에선 수백명이 반 전 총장을 환영했다. 반 전 총장은 19일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방문한다. 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광주 대구=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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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남 헐뜯는 것에 기쁨 느끼는 이런 걸 고쳐야”… 격정 토로
입력 2017-01-18 18:13 수정 2017-01-19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