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한국엔 트럼프와 통화할 사람 없어”

입력 2017-01-18 18:20
빅터 차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트럼프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해도 한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할 사람이 없다. 그런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권교체기에, (북핵 문제 등) 도전들을 다루려면 한국에 지속가능한 리더십이 존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1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트럼프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정치 위기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 새 행정부의 위기가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며 “북한 위기가 발발하면 우리(미국)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지 않는 비우방국과 우방국의 구분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상황에서) 트럼프가 전화기를 들 용의가 있지만 받을 상대방이 없는 상황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가 미국 신행정부와의 외교안보 정책을 무리 없이 조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핵심판 정국이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 석좌가 한국의 리더십 위기를 문제 삼은 것은 북한의 위협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임기 중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과시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누구라도 자기 임기 중에 이런 일이 터지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차 석좌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선 한·미·일 3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와이, 괌, 한반도, 일본에서 군사 자산을 증강해야 한다”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물론 한·미·일 합동훈련 필요성도 언급했다.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에 이어 한·미·일이 함께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지역방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일 관계도 지금보다 더욱 진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 석좌는 “한·미·일 동맹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 한·일 관계는 그동안 어려웠지만 북한과 중국의 위협 때문에라도 양국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한·일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면서도 “제재 목적은 북한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되돌아가도록 마음을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무부 또는 국방부 동아태차관보 등 동아시아정책 핵심보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 석좌는 이런 예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했다.조성은 허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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