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8일 하루 종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극도로 초조한 분위기였다.
삼성은 수요일마다 진행하던 사장단회의를 이날 하지 않았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오후에 전격 취소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23일에도 정상적으로 사장단회의를 진행했다. 2008년 특검 당시에도 거른 적이 없었다.
삼성 내부에서는 취소 이유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 회의를 여는 게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장단회의는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외부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사장단회의에 이 부회장이 늘 참석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없다고 회의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을 이끄는 실질적 리더가 구속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전략실을 비롯해 삼성 주요 임직원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며 초조한 표정으로 법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삼성이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도덕성이 글로벌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삼성은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구속 여부가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기업에 해당된 적이 없었던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삼성에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사업적인 면에선 미래 신사업 쪽에서 차질이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계열사별로 지휘체계가 확립돼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지만 새로 개척해야 하는 신사업 분야는 조직 구성, 투자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해외 사업자와의 협업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발이 묶이면 사업 기회가 크게 제한될 것으로 삼성은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은 물론 올해 투자 계획, 채용 규모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면 올해 사업 계획을 온전히 수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설마… 혹시… 삼성, 피말랐다
입력 2017-01-19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