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멋진 배우, 조인성… “사랑 받기보다 주고파” [인터뷰]

입력 2017-01-20 00:01
‘쌍화점’(2008) 이후 9년 만에 ‘더 킹’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조인성. 그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 하지만 경쟁작을 이길 거라는 자신감보다 제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은 극 중 모습. NEW 제공

‘아, 살았다.’

고생 끝에 완성한 영화 ‘더 킹’을 보고 배우 조인성(36)은 안도했다. 무려 9년 만에 내놓은 스크린 복귀작.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으나 끝내 해내고야 말았다. 조금은 들뜬 듯, 기분 좋은 기대감에 휩싸인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를 보시고 보통 ‘좋은 작품 봤다’며 악수를 권하시잖아요. 그 악수가 거짓일 것 같지 않은 거죠. 저도 감사하게 그 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일단 됐다’ ‘다음 작품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한재림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더 킹’은 ‘조인성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조인성이 연기한 태수가 극의 중심이다. 대부분의 장면이 태수 시점에서 그려지고, 그의 해설까지 내레이션으로 곁들여진다.

18일 개봉한 영화는 고교시절 ‘날라리’였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된 태수가 ‘실세 검사’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정의를 저버린 정치검사들의 은밀한 이면을 들춤으로써 부패한 권력을 시원하게 풍자해냈다.

“극 중 검사들이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 만한 (비호감)캐릭터들이잖아요. 태수의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태수가 싫어지면 그 시선을 놓고 싶거든요.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어야 했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선을 지켜 연기하는 게 힘들었어요.”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에 정치적 요소가 배제될 순 없었다. 더욱이 권력 비판적인 내용이기에 망설여질 법도 했다. 그러나 조인성은 “그런 부담감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표현할 권리와 자유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못 할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시국이 이렇게 되면서 우리가 풍자하려 했던 것들이 합리적 의심이 된 데 따른 당황스러움은 있지만요.”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솔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조인성은 어느덧 19년차 배우다. 1999년 데뷔해 ‘뉴 논스톱’(MBC·2001) ‘발리에서 생긴 일’(SBS·2004)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꾸준히 정상의 위치를 지켰다. “옛날 사람이죠”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그는 자신의 치열했던 20대를 회상했다.

“정말 가혹했어요. 잘 해보고 싶었거든요. ‘해야 돼. 왜 못해. 쟤는 하는데 넌 왜 안 돼.’ 남과 비교하며 자학했어요. 그랬기에 지금의 제가 있죠. 그건 확실해요. 하지만 짠함은 남아있어요. (열심히 하는데) 몰라주니까 한이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모르면 나라도 알아줘야 되는데….”

조인성은 “인기 있고 잘 나가고 연기도 잘하는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날 더 가혹하게 만들었다. 인기나 돈 같은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진 못하겠다”면서 “이제는 그냥 연기하는 게 좋다. 20대 때보다는 좀 더 편하게, 연기라는 걸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기란 뭐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톱스타로 살아온 그에게 넌지시 건넨 질문. “좋은 거? 사랑받으면 좋죠.” 그는 소년처럼 웃었다. “근데 사랑해주는 게 더 좋아요. 내가 받은 사랑만큼 후배들을 많이 사랑해주려고 해요.”

‘인간 조인성’ 삶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배성우 차태현 송중기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엑소) 등 절친한 동료·선후배와 일상을 나누며 즐거움을 찾는 정도다.

“지금은 스위치를 온(On) 한 상태잖아요. 끄면 완전히 평범한 조인성으로 돌아가요.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술 마시고…. 똑같죠. 보통 사람이에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