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측 “안종범 수첩 17권 중 11권 위법 수집… 증거 빼달라”

입력 2017-01-18 18:08
박근혜 대통령 측이 안종범(58·수감 중)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기재내용 상당량을 증거에서 빼 달라고 탄핵소추 심판 중인 헌법재판소에 요구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 17권 중 11권을 위법하게 수집했으며, 이 11권에 기반을 둔 검찰 진술과 헌재 증언 등은 증거가치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수첩 작성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박 대통령 측은 재벌 총수들을 독대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르는 약 1년간의 기간을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18일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기반 검찰조서 등에 대해 증거채택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이의 신청서를 헌재에 냈다. 앞서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보좌관을 통해 ‘2015년 7월 19일부터 지난해 7월 26일까지 작성한 수첩들을 검사실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 측은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대로 수집되지 않은 수첩들이 있었다”며 “위법수집 증거에 의한 신문조서는 헌재에서도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능력 문제 제기가 발생한 수첩들의 작성 기간은 박 대통령이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한 2015년 7월 말을 포함한다. 미르가 설립된 2015년 10월, K스포츠가 설립된 지난해 1월 작성된 수첩도 문제가 된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관들이 이 기간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들을 참고하면 탄핵심판에서 불리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지난 17일 안 전 수석의 수첩 자체는 증거에서 배제하되, 안 전 수석이 수첩 사본을 스스로 확인한 뒤 검찰과 헌재에서 진술한 내용들은 증거 채택한다고 밝혔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와 함께 헌재에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된 조서 범위를 특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이 계속 동석한 게 아니라 조사 말미에만 입회하는 식으로 작성된 피의자들의 검찰 조서들까지 증거가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헌재는 탄핵심판이 형사재판과 다르며, 증거능력을 둘러싼 박 대통령 측의 문제 제기를 익히 이해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