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주자들의 ‘논쟁적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공공서비스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군 복무기간 단축, 기본소득 제공, 서울대 폐지, 사교육 폐지 국민투표 등 ‘공약 전쟁’이 시작됐다. 동시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공약(空約)’ 논쟁도 조기 점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8일 소방공무원 증원과 의무경찰제 폐지 후 정규 경찰 신규 채용, 사회복지공무원 충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81만개의 공공서비스 부문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문 전 대표의 ‘공무원 증원’ 공약은 최근 급속히 불어난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은 물론 안정적인 일자리를 열망하는 청년층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전 대표는 군 복무기간을 장기적으로 1년까지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통해 모든 국공립대를 ‘서울대화’하겠다고 했다.
‘청년 배당’으로 주가를 올렸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국민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유아(0∼5세), 아동(6∼11세), 청소년(12∼17세), 청년(18∼29세), 노인(65세 이상), 농어민(30∼64세), 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이 시장은 여기에 국토보유세를 신설, 15조원을 더 걷어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군 복무기간도 10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교육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묻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2018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해 사교육 폐지가 결정되면 ‘교육 김영란법’을 만들어 사교육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교육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마약”이라며 입시제도 간소화, 특목고·자사고 폐지, 온라인 교육 확대 등을 제안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후보마다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수십조원을 마련하는 것도, 집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4대강 사업 등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축소하고 일자리 예산 전면 재검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현재 400조원인 정부 예산을 구조조정해 7%의 누수 요인을 찾아내면 28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국토보유세 15조원을 더하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재원 마련 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 시장의 방안은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남 지사의 ‘교육 김영란법’도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의 실현 의지와 국민 설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대선 주자들이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국민을 설득해낼 수 있다면 정책 자체는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도 “정치적·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포퓰리즘 공약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최승욱 문동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기획] 공약 속 空約 무책임 경쟁
입력 2017-01-18 17:47 수정 2017-01-18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