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대통령이 최순실 의견 반영하라고 말씀”

입력 2017-01-18 17:52
“대통령께서 최순실씨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는 말씀을 한 건 맞습니다.”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비선실세 최씨에게 청와대 인사 자료 등 공무상 비밀 문건 47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48)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연옥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정 전 비서관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시는 데 있어 뭔가 잘해 보려고, 본인이 하나라도 더 체크(점검)해 보려는 마음에서 한 것”이라며 “나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 성립 여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혐의는 인정하되, 박 대통령과의 관련성 판단은 법원에 공을 넘긴 셈이다.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대통령이 큰 틀에서 최씨 의견을 들으면 좋겠다고 해서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들었다”며 “대통령이 개별문건 47건에 대해 일일이 이걸 전달하라고 지시한 건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듣기엔 서로 짜고 나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자꾸 공모했다고 하는데 사실 가슴 아픈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라는 단어를 두 차례 언급하면서 그때마다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관련 증거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앞서 정 전 비서관 측은 검찰이 신청한 자료에 대해 “모두 증거로 채택해도 된다”고 동의 의사를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정 전 비서관과 최씨 간 통화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제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2월부터 약 2년간 전화 통화 1197번, 문자메시지 895번 등 모두 2092차례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루 평균 3회꼴이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는 최씨가 사용했다고 검찰은 다시 확인했다. “최씨가 독일에 체류하던 2012년 7월과 2013년 7월 독일에서 사용된 사실이 디지털 포렌식 결과 확인됐다”며 “태블릿PC에 저장된 최씨와 최씨 조카·조카딸 사진도 자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블릿PC에 연결된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공용 메일 수신일시,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보냈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시점이 일치한다”며 “정 전 비서관 본인도 ‘태블릿PC에 저장된 문건은 내가 최씨에게 보낸 문건이 맞고 최씨 외에 보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태블릿PC를 최씨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태블릿PC 등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 유지 여부는 다음 재판까지 (철회 등)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