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흔드는 ‘롤러코스터 환율’… 뾰족수 없는 정부

입력 2017-01-18 18:04 수정 2017-01-18 21:12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가뜩이나 기초체력이 약해진 한국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환율이 크게 출렁이면서 수출기업들이 ‘환 리스크’에 빠지게 될 위험성도 커졌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다방면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 환율 전망을 반드시 고려한다. 수출물량이 늘어도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 폭이 줄어든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반면 환율 상승은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온다. 투자한 돈을 달러로 바꿔 회수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고환율은 치명적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18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 한국경제는 휘둘리고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통화전쟁’ 발발은 두 나라와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게다가 위안화 가치의 급등락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거 이탈을 몰고 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위안화 절하가 잇따르자 외국인 자금 이탈과 그에 따른 증시 폭락 현상이 일어났다.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협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공급체인이 손상되면 한국은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강달러 현상에 따른 자본 이탈, 한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추가 위협요인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어떤 의도인지 아직 모르겠다”며 “(환율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부문 방파제를 탄탄하게 쌓고 민생안정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기관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대내외 경제·금융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해 대응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거시정책의 방향성이라도 뚜렷하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먼저 통화·재정·환율 등 거시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며 “장·단기 정책을 조화롭게 추진하면서 올해 예상되는 경기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