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여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조합을 운영해 왔습니다. 서울시로부터 우리 조합의 사회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게 돼 무척 기쁩니다.”
최재직(41)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하는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이하 우수기업)에 선정된 사실을 소개하며 18일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매년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발전 가능성이 있고 경쟁력 있는 곳을 선정, 우수기업으로 인증해주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총 40곳이 선정됐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번역협동조합은 2013년 7월 창립한 국내 최초의 통·번역 종사자 협동조합이다. 조합의 산파 역할을 한 최 사무국장은 “통·번역 종사자들은 대행사(에이전시)에게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수수료로 떼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며 “통·번역자들의 정당한 몫을 찾고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출범 당시 21명으로 출발한 조합원은 현재 76명으로 늘었다. 한국외국어대 등 국내외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하고 꾸준히 활동해 온 통·번역 종사자가 45명이다. 나머지는 이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일반 조합원인데 변호사, 감정평가사, 노무사, 세무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가 많다. 이들은 전문용어 등에 대한 기술 감수를 해 주기도 한다.
취급 언어는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12개다. 조합은 통·번역료의 80%(번역 70%, 통역 85%)가량을 통·번역자에게 지급한다.
조합은 그동안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 광명YMCA 주최 ‘2014 세계민주교육한마당(2014 IDEC)’ 등 다양한 국제 행사에서 통·번역을 담당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냉전학회,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이러닝산업협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인천 부평구청,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한국YWCA연합회, 한국국방연구원 등과도 함께 일했다.
최 사무국장은 “통역이나 번역은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며 “우리는 출혈 가격경쟁은 하지 않는다. ‘제대로 하고 제몫을 받자’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지역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포럼을 해마다 연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서울무용센터에서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를 초청, ‘세계 경제위기와 사회적경제 그리고 골목경제'를 주제로 동네국제포럼을 열기도 했다.
다음달 4일에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통·번역의 미래와 협동조합’을 주제로 포럼을 열 예정이다. 최 사무국장은 “통역과 번역이 잘못돼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며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선정을 계기로 조합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글·사진=라동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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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번역협동조합 최재직 사무국장 “통·번역 제대로 하고 제 몫 받아야죠”
입력 2017-01-18 21:07 수정 2017-01-19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