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기 대선 결정도 안됐는데 벌써 포퓰리즘 공약인가

입력 2017-01-18 17:59
대권주자들이 공약(公約)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고 미리부터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물론 유력 후보까지 인기에 영합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갈수록 특정 계층이나 지역을 겨냥한 포퓰리즘 공약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수를 늘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시간을 단축해 50만개를 추가로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을 대기업 근로자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공정임금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격차도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동·청년·노인 등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으며,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들 계층에 월 30만원씩을 주는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교육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2000년 헌법재판소에서 사교육 폐지 법안이 위헌 결정을 받았는데 국민투표를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일자리 만들기와 보편적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연간 수십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계층 간의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문 전 대표가 제시한 재원 조달 방안은 한 해 17조원 이상 투입되는 일자리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적절한 규모의 일자리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 정도다. 이 시장의 경우 28조원 규모의 재원을 기존 정부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임이 분명하다. 부족한 일자리는 청년실업과 저출산 등의 주된 원인이다. 보편적 복지 역시 날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과거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집권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대권주자 본인과 공약을 생산한 캠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국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방법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

공약은 대국민 약속이어서 집권 후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이전 대통령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공약을 없던 일로 하거나 어물쩍 파기해 버린 일이 적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을 만들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막상 정권을 맡고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집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약을 보고 지지한 국민들은 어떻게 되나. 표만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재원 마련과 실행 방안 등에서 정밀한 검토를 한 후에 발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