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늘 영장 실질 심사…“재단 출연금은 뇌물” VS “압박에 밀려 낸 돈” 공방 예상

입력 2017-01-18 01:0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치소행 여부가 18일 결정된다. 그에게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의 마지막 항변 기회가 남아 있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영장을 받아내려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재단에 낸 출연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뇌물공여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이 법정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 출연금, 뇌물인가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원의 출연금 모두를 뇌물로 규정했다. 광범위한 직무 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원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재단(제3자)에 자금을 대도록 했다는 구조다. 여기에는 최순실씨가 재단의 실질적 주인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게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사실도 파악했다. 합병 성사 이후 삼성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를 청탁한 정황도 나왔다고 한다. 제3자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박 대통령으로 연결되는 관문인 이 부회장을 1차 타깃으로 놓고 퍼즐을 맞춰왔다고 한다.

삼성 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서열에 따라 할당하는 대로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건과 재단 출연은 별개 사안이며, 더욱이 뇌물을 준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강조한다. 통상 뇌물이라면 흔적 없이 은밀히 전달하기 마련인데, 두 재단의 경우 지정된 금액만큼 법인에서 법인 계좌로 송금된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외형상 재단법인에 출연한 자금을 개인적 차원에서 받은 뇌물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고 싶어 낸 돈 아니다”

삼성 측은 줄곧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최씨 일가 지원이 비자발적 행위였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협회 지원이 미진하다고 질책하는 등 권력의 압박에 못 이겨 433억원이란 돈이 나갔다는 논리다. 강요·공갈의 피해자 성격이 짙으니 가벌성 역시 약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은 꼭 명시적 언어로 오가야 하는 게 아니라 부정한 대가 관계만 있으면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는 삼성이 최씨의 독일 회사에 지원을 약속한 213억원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가 아닌 단순 뇌물공여인 것으로 설명돼 있다. ‘최씨 지원=대통령 뇌물’이란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가를 놓고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검은 “두 사람이 서로 공모한 데다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증거가 많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이동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