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와 완전 결별한 이유… 反이민 민심 외면할 수 없어 강공 카드

입력 2017-01-18 01:11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모두 이탈하겠다는 내용의 ‘하드 브렉시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메이는 “영국에 불리한 무역 협정을 인정하느니 어떤 협정도 없이 EU를 떠나겠다”고 말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AP뉴시스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완전한 결별을 택했다. ‘위대한 영국’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체리 피킹’(Cherry picking·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는 얌체 행위)은 용납하지 않겠다던 EU 측에 강공 카드로 일격을 날린 것이다.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은 테레사 메이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하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노선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밝힌 브렉시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EU와의 완전히 새롭고 건설적인 파트너십 구축이다. 메이는 이를 위한 4가지 원칙과 중점목표 12가지를 제시했다.

하드(경착륙) 브렉시트의 핵심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이탈을 통한 경제 자립이다. 단일시장을 벗어나면 상품, 노동력, 재화의 EU 회원국 내 자유로운 이동이 중단된다. 또 관세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하면 영국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단일시장 울타리 밖에서 영국 경제가 입을 타격을 우려하는 이유다. 영국산업연맹(CBI) 캐롤라인 페이비언 사무총장은 “무역이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며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대안으로는 노르웨이 방식이 언급돼왔다. 노르웨이는 관세동맹에 속하지 않지만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갖는다. 대신 사람들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는 “다른 나라들이 시행 중인 모델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브렉시트로 기운 영국 민심의 뿌리가 ‘반(反)이민 정서’이므로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탈퇴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12가지 중점목표에 국경과 이민 통제를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이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서 자유롭게 교역하면서 함께 번영하길 원한다”며 EU를 향한 문을 열어뒀다. EU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이나 경제블록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다만 영국이 밑지는 협정을 할 수는 없으며 ‘수정경제 모델’로의 전환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세금을 대폭 인하해 EU로 가는 투자를 영국으로 되돌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메이는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다독였다. 그는 “이 길이 종종 불확실해 보여도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도 반드시 참여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총리는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31일 안에 브렉시트 협상을 공식 개시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고 2년 내 관련 협상을 전부 마무리한다는 영국 정부 목표에도 변수가 남아 있다. 영국 고등법원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최종 판결은 이달 말 나온다. 정부가 패소해 협상 개시에 대한 의회 토론이 시작되면 계획한 일정대로 EU를 탈퇴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EU와의 협상 결과가 의회 표결 과정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