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날좀 보소∼ "옛 명성 되찾자" 몸부림

입력 2017-01-19 05:01
‘타워팰리스’와 ‘롯데캐슬’ 등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였던 주상복합 단지에 대한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높은 관리비 뿐 아니라 상가와 주거공간이 혼재돼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에는 주상복합 단지에도 일반 아파트와 같은 판상형 설계를 적용하고, 상업시설과의 동선을 분리하는 등 고객 수요에 맞춘 새로운 구조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나오면서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18일 건설사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거와 상업시설을 하나로 묶은 주상복합 아파트는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은 타워팰리스를 기점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고급주택의 대명사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급감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선호가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5년 말∼2016년 12월 3주차 기준) 전국의 3.3㎡ 당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63%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주상복합 단지의 상승폭은 2.58%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경기도의 경우 주상복합단지(1.25%)와 아파트(3.77%)의 상승률은 약 3배 차이가 났다. 서울은 차이가 더 크다. 같은 기간 서울 주상복합단지의 가격 상승률은 1.79%에 그쳐 아파트(8.01%) 상승률과 6.23%p나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업계는 선호도의 차이가 매매가격 상승률 차이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용적률이 높아 고층으로 지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길가에 인접한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소음이 심하고 교육시설과 멀다는 단점이 있다. 조경과 녹지 비율이 적어 일반 아파트에 비해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크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평균 전용률이 낮아 실사용면적 대비 분양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웃돈(프리미엄)이 쉽게 붙기 어려워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지 평균 분양가를 비교한 결과 아파트(임대 제외)는 3.3㎡당 1053만원이지만, 주상복합의 경우 1166만원으로 상대적으로 10.7% 가량 가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상복합 단지 대부분은 타워형으로 설계돼 통풍과 환기에 취약하다. 일반아파트와 비교할 때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연면적 비율)이 높아 재건축시 불리하고 노후화되면 가격 하락도 커질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통상 일반 아파트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관리비도 문제다. 이에 따라 2015년 최대 주상복합 물량을 공급했던 2015년(4만1354가구)에 비해 지난해 공급량은 40%가량 감소한 2만6458가구에 그쳤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단점이 부각되자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평면을 판상형(일자형) 구조로 설계해 환기와 통풍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타워형을 탈피하는 동시에 전용률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호반건설이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C2블록에 선보인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전용 99∼154㎡ 846가구)는 주상복합 아파트지만 일반 단지에 적용되는 판상형 구조를 적용했다. 그 결과 1순위 청약에서 무려 3만9968명이 신청했다. 전용 99㎡A형은 최고인 176.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규모 가구가 중심인 트렌드를 고려해 ‘초대형’을 포기하고 중소형 평형 비중을 선택한 주상복합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진행한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 예미지’ 주상복합의 경우 785가구 전체를 전용 71∼87㎡의 중소형 평형으로만 공급했다. 200∼300가구 안팎의 소규모 단지 구성에서 벗어나 중소형 평형 중심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까지 나오면서 관리비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왕의 귀환’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주상복합 단지가 부활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훨씬 민감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상복합은 매매 자체가 활발해 부동산 침체기에는 가격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입지가 우수하더라도 전용률, 분양가, 부대시설, 보안 등 상품의 특징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