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창간한 건 문예잡지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2015년 문단은 그해 여름 불거진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으로 내내 시끄러웠다. 이는 문학권력 논쟁으로 확전되며 쇄신론이 대두했다. 논란의 가장 중심에 섰던 출판사 창비는 2016년 1월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고민을 담아낼 제2의 ‘젊은 문예지’ 창간을 공언했다. 그로부터 무려 1년이 지나 창간 작업이 베일을 벗었다. 이미 ‘악스트’(Axt·은행나무) ‘리터’(Littor·민음사) 등이 젊은 문예지를 표방하고 나온 것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
창비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문학 플랫폼 ‘문학3’(표지) 출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미정(42·문학평론가) 신용목(43·시인) 양경언(32·문학평론가) 최정화(38·소설가) 등 4인의 기획위원이 만든 잡지명 ‘문학3’의 숫자 3은 다층적이다. 동명의 종이잡지, 독자 참여를 유도하는 문학웹(www.munhak3.com), 그리고 삶의 현장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러면서 이번에 창간호를 낸 종이 잡지는 1, 5, 9월 연 3회 발간된다. 다른 출판사의 문학잡지들이 종이잡지에 국한한 것과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은 물론 현장과 연계시킨다는 발상이다. 그래서 문학3은 잡지가 아니리 플랫폼인 것이다.
양경언씨는 “기존 문학잡지가 비평의 뒷받침 하에 작가와 작품 중심으로 구성돼 독자의 활동 범위는 소비의 영역에만 머물렀다. 문학은 나의 삶과는 관련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견고한 틀을 깨기 위해 작가와 독자, 생산과 소비의 이분법의 경계를 허물 것”이라며 “문학3이 ‘문학삼’이 아닌 ‘문학삶’으로 읽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 3개 영역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문학잡지에서는 신작 시와 신작 소설이 소개되지만 각각의 작품 뒤에는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독자로 구성된 독자 리뷰 좌담이 실렸다. 문학웹에는 독자의 현안 비평을 담는 ‘키워드3’, 누구라도 장르 불문하고 글을 올릴 수 있는 ‘그냥 올려본다’ 코너 등이 있다. 독자가 작가가 될 수 있고, 이렇게 발굴된 ‘독자 작가’는 종이 잡지에도 소개될 수 있는 구조다.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SNS를 통해 의제를 제안 받아 독자편집회의 낭독회 포럼 등을 해내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2월 17일 문학과 여성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는지에 이 혁신적 실험의 성패가 달려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잡지·웹·현장’ 결합… 창비, 새 문학 플랫폼 ‘문학3’ 출범
입력 2017-01-1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