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치소행 여부가 18일 결정된다. 이 부회장에게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마지막 항변 기회가 남아있다. 그의 구속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재단에 낸 출연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가벌성이 약한 비자발적 자금 지원이란 삼성의 방어논리가 합리성이 있는지 등이 법정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 출연금, 뇌물인가
특검은 삼성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원의 출연금 모두를 뇌물로 봤다. 광범위한 직무 권한이 있는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원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재단에 자금을 대도록 했다는 구조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결이 있기 몇 주 전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와 함께 합병 성사 이후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 강화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의 청탁이 있었다는 단서도 나왔다고 한다.
삼성 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서열에 따라 할당하는 대로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건과 재단 출연은 별개 사안이며, 특히 뇌물을 준다는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통상 불법적인 뇌물이라면 흔적이 남지 않도록 은밀히 전달하기 마련인데,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 할당된 금액만큼 법인에서 법인 계좌로 송금된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재단법인의 형식을 갖춘 곳에 출연한 자금을 개인적 차원에서 받은 뇌물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고 싶어 낸 돈 아니다”
삼성 측은 줄곧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최씨 일가 지원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 관련 지원이 늦어지는 부분을 질책하는 등 거듭된 압박의 결과로 433억원이란 돈이 나갔다는 논리다.
삼성은 특정 현안을 명시적으로 청탁하고 그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는 뇌물 범죄와 비교하면 현저히 가벌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삼성 측은 “제3자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은 꼭 명시적 언어로 오가야 하는 게 아니라 부정한 대가 관계만 있으면 성립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한 간부는 “정치권력의 정상과 재계의 정상이 만나 서로의 이해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걸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기회를 달라는 전통적 읍소 전략도 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가 서울구치소 대기실로 이동해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재단 출연금은 뇌물” VS “압박에 밀려 낸 돈” 공방 예상
입력 2017-01-18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