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은 2007∼2011년 당시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101통의 편지를 보내 문학작품을 추천하고 일독을 권했다. 이 편지를 엮은 책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한국판에는 마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 마텔은 박 대통령에게 “문학을 절대 읽지 않는 하퍼 총리를 본받지 말고,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본받아야 대한민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오바마 인터뷰 기사를 보면 책이 지금의 그를 만들고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지탱하게 도와줬음을 알 수 있다.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보낸 8년 동안 거의 매일 밤 한 시간가량 짬을 내서 책을 읽었다. 그는 “일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정보가 어지럽게 오갈 때 독서는 속도를 늦추고 균형감을 갖게 한다”며 “책 읽기가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8년간 균형을 잃지 않게 해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독서 편력은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같은 최근 소설부터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과 같은 논픽션, 전기, 철학서까지 폭이 아주 넓다. 중국 작가 류츠신의 공상과학소설 ‘삼체’에 대해선 “외계인이 막 침공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보니 그날그날 의회와 충돌하는 문제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가 남긴 글은 대통령으로서 힘들고 고립됐다고 느끼는 순간, 연대감이 필요할 때 특별히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오바마가 최근 큰딸 말리아에게 선물한 전자책 ‘킨들’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 등 아빠가 딸에게 권하는 양서로 가득 채워져 있다.
책 읽기와 함께 글쓰기도 오바마에게 삶의 조각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는 시카고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할 때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오는 20일 백악관을 떠난 뒤에는 회고록을 집필할 예정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오바마 “백악관 8년을 버틴 힘은 잠들기 전 1시간 책읽기”
입력 2017-01-17 18:07 수정 2017-01-17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