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강제 철거 이전에 사전협의를 충분히 거쳐 다툼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정비사업 시 이해관계자들에게 최대한 동의를 구하는 형태로 권리를 보호한다. 예컨대 지난 1986년 도쿄의 롯폰기힐스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자 지자체, 민간 사업자, 지역주민들은 17년에 걸쳐 1000번의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재개발조합 가입률이 90%를 육박해 2003년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미국 보스턴 재개발 사업 ‘빅딕(Big Dig)’의 성공 요인도 비슷하다. 보스턴 재개발국은 의사결정 단계부터 지역협의회, 시민모임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참여시켜 협의를 진행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부정적이던 시민 여론은 시 당국이 사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을 꾸준히 설득하면서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유럽도 세입자 점유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일정 기간 거주해 왔던 세입자의 점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강제 퇴거나 철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건물주의 소유권 못지않게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본권도 중시하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 같은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지양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대신 개조가 반드시 필요한 낡은 건물만 새로 짓는 블록 단위의 소규모 정비 사업이 주를 이룬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유럽의 경우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거의 없고 북미지역 또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세입자를 강제 퇴거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강제 철거 이전에 사전협의, 조정 절차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이가현 기자 eo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철거사회 대한민국] 선진국 강제 철거 대책은… 충분한 사전 협의로 갈등 최소화
입력 2017-01-17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