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뺌하는 이모 vs 자백하는 조카… 갈라선 崔-張, 눈도 안 마주쳤다

입력 2017-01-17 17:51
장시호(왼쪽) 김종(가운데) 최순실(오른쪽)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해 변호사와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장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고, 김씨와 최씨의 표정은 어둡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전자와 카지노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후원금 수십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법적인 책임을 조카 장시호(38)씨에게 모두 떠넘겼다. 두 사람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하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함께 삼성·GKL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총 18억2800만원을 뜯어낸 혐의(직권남용·강요) 등을 받고 있다. 장씨가 혐의를 시인하는 상황에서 이모인 최씨가 “나는 관계없다”며 발뺌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7일 열린 장씨 등의 첫 공판기일에서 장씨 측은 “후원금 강요 혐의를 모두 자백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씨 측은 “(영재센터) 설립만 도와줬지 운영은 관여 안 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최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조카가) 좋은 취지로 하는 거라고 해서 도와주겠다고 한 것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옥색 수의 차림으로 출석한 김 전 차관도 “청와대와 삼성이 직접 한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가 장씨를 통해 영재센터를 설립·운영하고, 김 전 차관을 통해 삼성·GKL을 압박해 후원금을 받아내게 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장씨와 김 전 차관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 내용을 대거 공개했다. 삼성전자 실무진은 “영재센터에서 사람이 온다고 해서 나가보니 반팔 쫄티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남녀가 있었다”며 “갑자기 후원금 5억원, 10억원을 얘기해 놀랐는데, 윗선에서 ‘빨리 후원하라’고 지시해 뭔가 있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삼성은 후원금을 지급받은 영재센터를 대신해 후원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검찰은 “갑을 관계가 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제일기획 이영국 상무가 영재센터 회장 등과 만났다는 것도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영재센터의 갑을 관계가 바뀐 게 ‘최순실 조카’가 운영하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도 “(최씨 등이 운영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장씨는 이날 법정에서 최씨의 시선을 철저히 외면했다. 반대로 최씨는 틈날 때마다 장씨 쪽을 쳐다봤다. 최씨는 지난 16일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장씨는 특별검사팀의 강요로 태블릿PC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민철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