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승부수로 띄운 ‘촛불공동경선’이 당 안팎의 싸늘한 반응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광장에서 무작위 ‘원샷 경선’을 치르자는 주장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박 시장의 우군인 시민사회 진영도 촛불공동경선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실무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원샷 경선의 경우 다른 당과 조율이 필요하고, 역(逆)선택 우려도 높다”며 “위험요소가 하나라도 있다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제안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후보가 모두 참여하고 촛불 광장에 투표소를 설치해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경선 참여로 경쟁력이 약한 후보 득표율이 올라가는 여론 왜곡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박 시장 측은 촛불집회에 모였던 수백만명이 경선 투표에 참여하면 역선택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날 박 시장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조찬 모임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전달됐다. 한 참석자는 “촛불을 이어가는 건 좋지만 현실적으로 광장에서 공동경선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측은 공동경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긴급토론회를 열고 야3당이 연합해 ‘개방형 공동경선’을 치른 후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의회는 여소야대가 지속돼 국민이 원하는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개혁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공동경선론은 변형된 단일화론”이라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정치공학을 넘어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두 대선주자가 공동경선 원칙을 고수할 경우 당내 경선 룰 합의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기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당무위원회 통과 등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경선 룰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경선 룰 갈등이 탈당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로 사람들이 자꾸 나오려 한다”며 “박 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도 민주당을 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다른 주자들도 지지세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표적 복지공약인 기본소득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 등을 거론했다. 그는 “토지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잘 통제하면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오는 22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특히 5시간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5시간 즉문즉답’ 방식으로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촛불공동경선’ 좌초 위기… 박원순의 선택은?
입력 2017-01-17 17:59 수정 2017-01-17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