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지하철 4호선 이수역 7번 출구 앞 노점상인 12명은 지난해 9월 가게가 강제로 철거된 이후 이곳에서 넉 달째 노숙 농성 중이다. 17일 역 앞에는 비닐로 둘러싼 포장마차 2개만 남아 있었다. 두 포장마차 사이에 놓인 쓰레기 적재함에는 ‘노점상이 원하는 것은 주민과 상가가 함께 상생하는 것뿐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노숙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다시 강제 철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수역 ‘야채떡볶이’로 유명한 상인 김모(70·여)씨는 18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킨 토박이다. 노점이 철거된 뒤에도 단골들이 찾을 정도다. 김씨는 “20년 가까이 이 일만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무조건 노점은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구청과 서로 조율할 수 있는 대화 창구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보행권 침해나 인근 상가 영업권 침해 등 민원 제기가 많아 법적 절차에 따라 불법 노점 철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제 철거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는 20일이면 6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꼭 8년째가 된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에서는 철거 문제를 두고 조정과 타협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갈등이 잇따르자 지난해 9월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노원구 월계동 인덕마을 재건축 지역의 상가 세입자 37명도 아직 인덕마을에 남아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보상금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겪다 지난해 9월 대부분 강제 철거가 이뤄졌다. 당시 용역과 대치하던 세입자 3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아직 강제 철거가 완료되지 않았을 뿐 남아 있는 37명의 세입자도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마포구 아현동 아현포차 상인들도 철거 이후 대책 촉구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마포구청은 아현포차 철거를 강행했다. 2014년 아현동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초등학교 인근에 포장마차가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포차 강제 철거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구청 측은 “6개월에 걸쳐 자진 철거 명령을 내렸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행정집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현포차 상인들은 30년 넘게 장사하던 곳에서 일방적으로 쫓아낸 구청 측이 어떤 대책도, 보상도 내놓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수 리쌍의 건물에서 곱창집 ‘우장창창’을 운영하던 서윤수씨도 6개월째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서씨는 2014년부터 리쌍과 임대차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법원이 리쌍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씨의 가게는 강제 철거됐다.
글=이가현 임주언 기자 hyu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기획] ‘18년 노점상’이 쫓겨났다, 막무가내로…
입력 2017-01-17 18:00 수정 2017-01-17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