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역설했다.
국가정상급 40∼50명을 포함해 글로벌 정·재계 지도자 3000여명이 참석한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단연 관심을 끈 인물은 시 주석이었다. 중국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국가주석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개막 기조연설에서 “현재 세계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는 경제의 세계화 때문이 아니다”면서 “어느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새 정부가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시 주석은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도 중국은 올해 6.7%의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소비와 서비스 부분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스위스 일정 가운데 개방과 포용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날 스위스 경제인을 향한 연설에서도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 반세계화 경향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는 긴밀한 글로벌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포럼이 끝나는 오는 20일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의 취임이 예정돼 있다. 또 올해 유럽은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반(反)이민 정책 등을 내세우는 극좌·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세력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중국이 자유무역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미국을 대신해 개방경제의 새로운 수호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임했다.
시 주석이 개방과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불만이 높다. 주중 독일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지도자들은 외국인 투자 개방 확대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많은 기업은 중국 내 사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공정한 대우도 줄어들고 있다고 불평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이 지역 전략적 공백을 파고들고 있지만 중국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자기중심적 권력이고,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풀 의지가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시진핑 “보호무역 반대… 中 자유무역 수호”
입력 2017-01-17 18:00 수정 2017-01-17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