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도 라면을 직접 끓여 먹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매일 세끼를 이곳에서 먹고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있었지만 올림픽이라는 국가브랜드, 자존심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17일 강원도 평창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올림픽 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조직위는 최근 상황 때문에 주거래 은행마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인 스폰서인 비자카드가 주거래 은행을 지난해 10월 말까지 정해달라고 해 노력했지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기다리다가 결국 입찰 공고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후원이 전혀 없는 것도 아쉽다고 했다. 조직위는 당초 이들 기관으로부터 600억원 가량 후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단 한 곳도 지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 기관 모두 경영실적 평가에 마이너스가 되고, 법적 근거 없이 후원하면 배임에 해당될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가슴아픈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매도당하면서 열기가 전혀 조성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그는 “3수 끝에 올림픽을 유치했다. 애달픈 심정이다. 하루에 열 번씩 위원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함부로 그대로 그만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제는 올림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씨가 올림픽에 이권개입을 시도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국민들이 오해를 거두어주기를 희망했다. 최씨 농단이 미수에 그쳤기에 여전히 평창동계올림픽은 청정올림픽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에 필요한 13조원 예산이 전부 ‘최순실 일가’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가운데 11조원은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 건설 인프라 예산”이라며 “현재 각 기관과의 주요계약은 조달청을 통한 공개입찰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리로 이뤄진 계약은 전혀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다음 달 초부터 대대적인 홍보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훼손된 평창동계올림픽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조직위가 협력해 내달 8일부터 11일까지는 대대적으로 홍보 행사를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스포츠 업계 등 각종 전문가 집단이 올림픽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노력하겠다”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이 시설들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이렇게 호소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의 초심을 가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버릴 수 없습니다. 올림픽을 통해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이) 합쳐져야 합니다.”
평창=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최순실 농단에도 올림픽이란 국가브랜드 포기 못해”
입력 2017-01-1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