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이라 자금 빡빡한데… 반기문 ‘쩐의 딜레마’

입력 2017-01-18 05:0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1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뒤로 반 전 총장의 봉하마을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피켓들이 보인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선거자금 딜레마에 빠졌다. 귀국 후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반 전 총장 입에서 “당이 없으니 돈 문제가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무소속 후보로 있자니 자금과 조직을 홀로 감당해야 하고, 그렇다고 기존 정당에 들어가자니 정치교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부담이다. 보수 정당들은 내심 반 전 총장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먼저 손을 내미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하던 중 “정치 경험도 없는데 상당히 빡빡하게 시작하고 있다. 조직과 돈은 아예 해보지 않아 잘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후보를 추천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준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3개 정당이 받은 보조금은 총 365억8600만원이었다. 보조금은 먼저 교섭단체에 총액의 절반이 똑같이 배분되고 이후 국회의원 의석수, 총선 득표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이 기준대로 새누리당은 177억100만원, 민주통합당은 161억5000만원, 통합진보당은 27억35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선거보조금은 이보다 많은 421억4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돈이 정당으로 흘러가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쓰이게 된다.

반 전 총장이 교섭단체 규모의 새 정당을 만들거나 기존 정당에 합류해 대선 후보가 되면 보조금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17일 “보조금의 의미는 선거비용을 쉽게 융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 전 총장이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선거비용은 고스란히 개인 부담이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역 기반과 조직 동원력, 자금 등을 생각했을 때 반 전 총장에게 선택지는 새누리당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반 전 총장 측도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측근 인사는 “선거비용에 대한 고민은 있다”면서도 “반 전 총장이 20% 이상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자금 문제가 향후 행보의 결정적 고려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