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 기념일을 맞아 들끓고 있는 흑인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날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로 킹 목사의 장남 킹 3세(59)를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취임을 앞두고 역대 최고 비호감도(55%)에 반대시위까지 확산되자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는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킹 3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화가 건설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미국인을 대변하겠다’면서 포용 의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을 축하한다”며 “루서 킹이 이룬 많고 훌륭한 업적을 기린다. 위대한 인물이었던 루서 킹을 존경한다”는 글을 남겼다.
트럼프가 이같이 노력하는 건 최근 존 루이스(76) 민주당 하원의원과 벌인 설전의 영향도 크다. 루서 킹과 인권운동을 함께한 루이스는 지난 13일 “트럼프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취임식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불평하기보다 지역구나 잘 챙겨라”며 “온통 말뿐이고 행동이나 성과는 없다”고 비판했다.
‘의회의 양심’으로 존경받는 루이스가 공격받자 민주당 의원들은 잇따라 취임식 불참을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은 40명을 넘어섰다. 이베트 클라크 민주당 하원의원은 “루이스를 모욕하는 것은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면서 보이콧 운동에 가세했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도 루이스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흑인사회에서 반(反)트럼프 정서는 유독 심하다. 트럼프는 대선 출구조사 결과 흑인 지지율 8%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흑인 4분의 3은 트럼프 집권 기간 인종갈등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킹 목사 딸인 버니스 킹(53)은 흑인사회를 향해 “백악관 주인이 누구든 사랑과 정의를 향해 계속 싸워나가자”고 격려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면초가’ 트럼프, 킹 목사 장남 만나 ‘화해’ 손짓
입력 2017-01-1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