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한국 축구의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47)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이 은퇴 이후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각박한 사회에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김 이사장은 16일 인천 연수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 20곳에 세탁기를 전달했다. 김 이사장은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 10명에게 미리 세뱃돈을 주며 “가난과 차별, 편견 등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며 격려했다. 이번 지원은 김 이사장이 지난해 말 방한한 복싱스타인 매니 파키아오 필리핀 상원의원과 이벤트 대결을 벌인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김 이사장은 파키아오와 펀칭머신 때리기와 골 넣기 대결을 펼쳐 자신이 지면 세탁기 20대를 필리핀 다문화가정에 기부하고, 파키아오가 지면 직접 사인한 권투 글러브를 기증받기로 했다. 당시 대결이 무승부로 끝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약속을 실천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필리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파키아오를 본받아 희망을 키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돕는 일에 꾸준히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추가로 150여대의 세탁기를 마련해 다문화가정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에게도 기부할 예정이다.
그의 사회공헌은 소외 이웃 지원뿐만 아니라 재능기부, 국토사랑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국가대표 동료 이천수 해설위원과 함께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를 방문해 축구 꿈나무들을 지도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말라위 방문 직전에는 서울 창덕궁에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벌였다. 지난해 식목일에는 독도의 대표 식물인 섬기린초 500개를 화분에 심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면서 조국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에는 세 아들이 축구를 하는 만큼 유아·청소년의 스포츠 활동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인 창립 2주년을 맞아 올해 유소년축구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어린 시절 축구를 하며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팬들이 힘을 준 점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고교 1학년 때 키가 작아 축구부에서 쫓겨나 2년 동안 축구를 하지 못했고,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공장에 취업해 낮엔 일하고 밤엔 직장인 팀에서 활약했다. 테스트를 거쳐 국군체육부대에 들어갔고 드래프트 번외 지명으로 간신히 프로팀에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데뷔해 24시즌 동안 골문을 지키며 706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 이사장은 “현역 시절 힘들고 좌절할 때마다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바로 설 수 있었다”며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터뷰] ‘사랑의 손’ 된 ‘거미손’… 팬들 사랑 보답
입력 2017-01-1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