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구약에서 답을 구하다

입력 2017-01-18 20:30
그림에서 선지자 나단은 “당신이 그 사람이라”며 부하의 아내 밧세바를 취한 다윗(왼쪽)을 꾸짖고 있다(삼하 12:7).
온 세상을 위한 구약 윤리/존 바턴 지음/전성민 옮김/IVP

선의 매혹적인 힘/빌프리트 헤를레 지음/김형민 옮김/북코리아


새해라 그럴 것이다. 어떻게 살지 묻는 책이 고개를 들이밀고, 그런 책을 집어 드는 손길이 유난하다. 서점에 가면 인생의 발견’(시어도어 젤딘)과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가 도드라지고 두 책을 합한 듯한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쑤린)에 눈이 간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통해 어떻게 살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을 펼치면 좋을 것이다.

온 세상을 위한 구약 윤리(Ethics and the Old Testment)는 구약 윤리 안내서다. 영국의 대표적 구약학자인 존 바턴(69) 옥스퍼드대 오리엘칼리지 명예교수가 썼다. ‘어떻게 선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것인가’가 부제다. 구약은 오늘날 우리가 보기엔 시대에 뒤떨어진 ‘율법의 잡동사니’로 보이기도 한다. 간음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레 20:10) 폭행에 대해 신체절단을 암시하고(출 21:23∼24) 대량학살에 찬동한다(수 6, 11).

바턴은 이런 표면적 명령 아래 있는 보편적 윤리성을 치밀하게 논증해 나간다. 먼저 구약의 온갖 불온한 이야기(narrative)를 통해 윤리를 대면하게 만든다. 다윗은 부하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첫 아기는 죽는다. 하나님의 징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들 암몬은 누이 다말을 강간하고 다른 아들 압살롬은 이에 대한 복수로 암몬을 죽인다. 처절한 비극이다.

저자는 이 장면에 대해 “윤리 법칙을 제시하는 대신, 악과 불운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사는 삶을 공평무사하게 관찰하여 서술한다.…공포와 연민을 품고 그 서술을 숙고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53쪽)고 말한다. 구약의 숱한 이야기는 죄를 짓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계하도록 한다.

구약은 또 견고한 자연법(자연적 성질을 근거로 한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법률)적 토대 위에 있다. 그 예로 이사야를 든다. 이사야는 자기 외모를 뽐내거나 값비싼 가족묘를 만들거나 군대를 자랑하는 것 등을 비판한다(사 3, 22, 31). 이 선지자는 교만을 가장 큰 도덕적 실패로 본다. “교만이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죄같이 하나님처럼 되려는 인간의 시도”(97쪽)이기 때문이다.

교만은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의 지위에 오르려는 것으로서 창조질서라는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 너는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출 22:21∼24)와 같은 표현들은 공유된 도덕감(moral sense)에 호소한다. 자연법 윤리와 결을 같이 한다.

무엇보다 구약은 인간 존엄성이라는 현대의 보편적 가치를 지지한다.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창 9:6)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동등하게 만들어졌다는 데 인간의 존엄과 인류의 미래가 있다(146쪽)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렇게 구약이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윤리를 품고 있다는 것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전하고 있다.

선(善)의 매혹적인 힘(Ethik)은 독일의 대표적 신학자인 빌프리트 헤를레(76) 전 하이델베르크대 교수의 근작이다. 부제는 ‘그리스도교 윤리학의 이론과 실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선한 하나님은 냉혹한 요구나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유인하신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교 윤리는 최고선인 하나님을 행위와 목적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250쪽)이다.

‘온 세상을 위한 구약 윤리’가 구약을 중심으로 보편적 윤리를 추출한다면 이 책은 윤리학을 중심으로 성경을 개관하고 적용 사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을 윤리학 이론과 그 실천의 연결 고리로 본다. 안락사, 동성애, 군비확장 등 윤리적 난제 앞에 서 있는 그리스도인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탁월한 이론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