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17일(현지시간)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은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전 세계가 당면한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개막 전에 다보스 포럼이 발표한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경제적 불평등, 사회 양극화, 환경위험 증대 등 세 가지 리스크가 앞으로 10년 동안 지구촌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다보스 포럼이 불평등을 얘기하는 게 아이러니다. 그만큼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이 다보스 포럼에 맞춰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는 부의 집중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88∼2011년 세계 최하위 10%의 소득이 매년 1인당 3달러(약 3500원) 증가하는 동안 최상위 10%의 소득은 매년 1만1800달러(약 1400만원)씩 불어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 세계 최고 갑부 8명의 금융자산은 4260억 달러(약 503조원)로 소득 하위 기준으로 세계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36억명의 재산과 맞먹을 정도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2010년만 해도 소득 하위 50%의 재산과 맞먹는 슈퍼리치가 388명이었는데 2013년 92명, 2015년 62명에서 지난해 8명까지 줄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1조3500억원)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9조1000억원)을 포함한 18명의 금융자산이 하위 30%의 자산과 맞먹는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토마 피케티의 진단처럼 자본의 수익 창출 속도가 경제 성장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축적된 자본과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이 훨씬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은 사회 양극화로 이어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훼손할 수 있다. 다보스 포럼이 불평등 해소를 위해 ‘포용적 성장’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 성장에 따른 과실이 국민 전체에 분배돼야지 특정 계층의 배만 불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보스 포럼은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배경이 글로벌 리더십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올해 주제가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인 이유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 유럽 각국에서 불고 있는 포퓰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책임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들이 대중인기에 영합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 포럼 회장의 일갈은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설] 富의 불평등 해소 시급하다는 다보스 경고 경청해야
입력 2017-01-17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