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의자로 특검에 소환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부 지원에서 배제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014년 6월쯤부터 정식 문건 형태의 블랙리스트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기춘 실장 지시를 받아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했고, 이를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체부에 내려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선상에 있던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문체부 김종덕 전 장관과 정관주 전 차관은 이미 구속됐다. 장·차관이 실행한 일을 일개 비서관이 지시하진 않았을 테니 윗선을 겨냥하는 건 당연하다. 두 사람이 주도했음을 보여주는 진술과 정황도 충분히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특검이 규정한 것처럼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이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이를 주도했다고 확인될 경우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와 민주를 모두 훼손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다.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특검 포토라인에 선 두 사람을 통해 우리는 편 가르기 정치, 진영 정치의 말로를 보았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일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을 골라내 불이익을 주려고 만들었다. 그것도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조적 작업을 해야 하는 문화계를 대상으로 했다. 이 정권이 얼마나 노골적으로 진영에 의존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진영 정치는 오만을 부른다. 내 편을 등에 업고 그들이 보내는 콘크리트 지지율에 취해서 권력으로 사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이른 것이다. 내 편을 모아 네 편을 배척하는 천박함이 한국 정치판에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엄중한 단죄를 해야 한다. 다음 정권을 노리는 대선주자들에게 진영 정치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준다면 이번 특검 수사의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조 장관은 이제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게 옳다. 현직 장관이 피의자가 돼서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자격을 잃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사설] 블랙리스트 주모자들, 엄하게 단죄하라
입력 2017-01-17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