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하현] 평창올림픽은 검소하게

입력 2017-01-17 17:24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하게 된 평창올림픽은 모든 국민의 염원이자 자랑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과 기존 시설 활용을 위해 일부 종목 분산개최를 주장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논의가 일축됐다. 올림픽 준비로 한창 박차를 가해야 할 때 올림픽 위원장이 바뀌고 시공설계를 바꾸어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작년 겨울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혼란의 원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순실 관련자들이 공사계약을 비롯하여 평창올림픽의 이권을 따내기 위해 깊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 갔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라는 의문이 자리 잡았다. IOC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회가 ‘최순실 예산’이라 판단되는 예산을 삭감하면서 올림픽의 자금조달 문제도 순탄하지 않다. 지출계획은 2조8000억원인데 예상수입이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올림픽위원회는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사건으로 기업들이 후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스폰서를 찾기 어렵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과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위해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부족한 자금의 후원을 무리하게 요청하기보다는 불필요하게 키운 행사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먼저다. 중요한 것은 행사 규모가 아니라 행사 속에 담긴 의미다. 지금이라도 예산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여 과도한 지출과 낭비적인 비용을 대폭 줄이고 최소한의 예산으로 검소한 행사를 치러야 한다.

또 시설의 사후처리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평창올림픽의 경기장 일부는 사후활용 방안과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올림픽 이후에 철거하기로 당초 결정되었지만 작년 5월 갑자기 존치하기로 바뀐 경기장도 있다. 그에 대한 사후 활용주체와 활용방안을 올림픽조직위원회 또는 누구든지 실명으로 밝히고 사후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지난해 하계올림픽을 치렀던 브라질 리우의 경기시설들은 현재 시설유지비, 인건비 등 돈만 많이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 이처럼 사후 활용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로 시설을 존치할 경우 시설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은 결국 국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리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설물 존치에 대한 구체적인 수익확보 방안과 활용계획을, 그렇지 못하다면 시설물을 철거하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을 즉시 제시해야 한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경기장과 숙박시설, 그리고 사후 활용계획이라는 하드웨어가 잘 갖춰진 후에는 실제로 손님을 맞고 행사의 의미를 전달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를 성공적으로 이끈 도시들을 살펴보면 훌륭한 시설뿐만 아니라 올림픽 개최에 자긍심을 느끼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협조하는 국민들이 있었다. 올림픽이 1년여 남은 지금,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정부는 올림픽 시설과 운영 관련 비리신고센터를 만들고 비리를 척결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올림픽이 범죄 집단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예의다. 외국손님 맞이는 그 다음인 것이다.

조하현(연세대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