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가정용 인공지능’ 경쟁

입력 2017-01-17 17:06
KT가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인공지능과 IPTV를 결합한 ‘기가 지니’를 소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지니야, 액션영화 틀어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TV 화면에 액션영화 목록이 뜬다. “지니야, 교육방송 틀어줘.” 채널 선택도 말 한마디로 가능하다. KT가 셋톱박스와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결합한 ‘기가 지니’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와 정면대결에 나서는 모양새다. KT는 기가 지니를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라고 소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KT는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가 지니의 출시를 알렸다. 간담회에서 시연된 기가 지니는 사람의 말을 거의 정확하게 인식했다. 인식 속도도 빨라 명령을 내리면 곧바로 기능을 수행했다. 기가 지니는 IPTV와 인공지능을 융합한 TV 중심의 홈 비서 역할을 한다. 기존 인공지능 스피커가 음성인식 위주였다면 기가 지니는 TV 연동으로 시청각 모두를 충족한다. 기존 셋톱박스 대신 기가 지니를 TV에 연결하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리모컨이 없어도 ‘지니’를 부르기만 하면 실시간 방송이나 주문형 비디오(VOD)를 볼 수 있다.

‘비서’라는 별칭에 걸맞게 개인화된 서비스도 다양하다. 스마트폰에 등록돼 있는 일정을 확인하거나 외출 전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도 알 수 있다. 가족 모두가 보는 TV인 만큼 개인별 계정을 등록해 두고 때에 따라 계정을 변경해 사용할 수도 있다.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TV 화면을 보며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기가 지니는 특히 집 안에서의 인공지능을 실현하는 허브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도어록, 홈 캠, 가스밸브 등 11가지 홈 IoT 기기와 연동된다. 조명이나 공기청정기를 켜고 끄는 것도 기가 지니에게 말을 걸기만 하면 된다. KT 매스총괄 임헌문 사장은 “KT는 기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첨단 인공지능 기능을 융합해 집에서의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며 “단순히 음성인식만 되는 서비스가 아닌 인공지능 TV인 기가 지니로 홈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쟁 제품인 SK텔레콤의 누구는 최근 누적 판매량 4만대를 넘어서며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누구는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사용자 폭을 넓혀가고 있다. 멜론 음악 감상, 가전기기 제어, 날씨 정보 등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뉴스 브리핑, 팟캐스트, 배달음식 주문 기능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IPTV 서비스인 Btv와의 연동으로 음성제어가 가능해졌고 T맵 교통정보 안내, 위키백과 음성 검색, 라디오 기능이 더해졌다.

인공지능 기기를 둘러싼 SK텔레콤과의 경쟁을 앞두고 KT는 자신감을 보였다. KT 마케팅본부장 강국현 전무는 “KT가 1년에 판매하는 셋톱박스만 120만대가 넘는다”며 “그중에서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가 지니의 단품 가격은 29만9000원이다. 3년 약정을 신청하면 월 66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17일부터 예약 가입을 시작하고 1월 중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