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완의 종교개혁-한국교회 향한 9개의 반박문

입력 2017-01-17 20:48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내건 지 올해로 500년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종교개혁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루터의 종교개혁정신을 되새기며 미완의 종교개혁을 이어가고자 한국교회의 개혁과제 9가지를 제시하며 나부터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1.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을 재고하라. 성직자와 평신도의 확연한 구분은 평신도로 하여금 선수가 아닌 관중으로 머무르게 하며 성직자는 교만과 위선에 함몰되기 쉽게 한다. 성직자든 평신도든 성도는 모두 만인제사장으로 보냄을 받은 사명자임을 재확인하고 평신도는 십자가군병으로서 훈련 받으며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동역하기를 촉구한다.

2. 교회 내 뿌리내리는 계급주의를 배격한다. 한국 사회는 유교적 영향을 받아 이름 대신 호칭을 부르곤 하는데 이러한 호칭이 계급화를 불러와 목사-장로-권사-안수집사-서리집사 등의 잘못된 계층이 형성됐다. 교회 내에서 직분은 기능의 차이이지 계급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분은 유지하되 호칭은 형제 자매로 부르며 섬김의 도를 회복할 것을 제안한다.

3. 교회 내에 파고든 배금주의를 배격한다.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 많은 헌금을 하는 자에 대한 우대는 시정돼야 한다. 총회장 금권선거를 비롯해 사회보다 더 자본주의적으로 부패된 모습을 띠는 한국교회의 모습에 우려를 표한다. 모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가난한 자를 찾으신 예수님의 시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4. 교회건물을 예배당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헌금을 예배당 건축에 쏟아 부으며 이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호도하고 있다.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전이기에 각자의 내면을 청결하게 하고 예배당은 예배와 모임의 장소로 개방하며 주중에 지역사회에도 개방할 것을 제안한다.

5. 교회의 외형주의와 성장주의를 배격한다. 교회를 교인수와 재정으로 비교하며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재벌을 닮아가고 있으며 이를 세습하는 잘못도 이어가고 있다. 교회는 성도들이 서로 알고 교제할 수 있는 중소교회를 지향하며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함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6. 한국교회의 분열을 배격한다. 교단의 난립으로 장로교만 300개의 교단이 넘는다고 한다.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면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없다. 최근에 일고 있는 교회일치 및 연합운동이 이어져 하나의 교단, 한 교회로 모아져야 한다. 더 이상 분열의 영이 한국교회를 지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7. 목사와 장로의 윤리가 바로 서야 한다. 목사와 장로의 타락이 한국교회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 지도자는 그에 상응하는 윤리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 잘못을 초기에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윤리위원회가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 신학교육을 바로잡고 총회와 각 교회의 당회는 이를 예방하며 감사하는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한다.

8. 교회부터 생명윤리를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교회 안에도 만연된 낙태나 시험관시술 후 잉여배아 생성과 폐기 등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각종 생명경시 풍조와 일탈한 과학에 대해 교회가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총회는 성도들이 지킬 생명윤리지침을 만들고 교회에서 적극 가르쳐 생명존중 사회를 만드는 데 교회가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9. 이원론적 신앙을 배격한다. 신앙과 삶이 분리되는 이원론적 신앙을 지양하고 주일만이 아니라 모든 날에 주님이 주인이 돼야 한다. 각자의 직장과 학교와 가정에서 가독교세계관에 입각해 보냄을 받은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상의 삶에서 영성이 회복돼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성도의 삶이 회복돼야 할 것이다.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샘물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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