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대통령 결선투표제

입력 2017-01-18 05:08
한상희 교수
신봉기 교수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논점은 크게 3가지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의 필요성과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 사안인지 법 개정만으로 가능한지 여부다. 여기에 도입 시기도 쟁점 이슈다. 정치권에선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에서 대체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은 민주적 대표성을 얻기 어려워 국민통합과 국정 추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단순 득표율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현행 방식은 민주적 대표성 결여, 투표율 하락, 거대 양당체제의 폐해 등을 초래하고 결국 국론 분열의 단초가 된다고 주장한다. 후보가 난립할 경우 민의를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헌법 개정 없는 결선투표제 도입은 심각한 헌법 왜곡이며 나아가 선거 결과의 왜곡까지 초래한다고 맞선다. 자의적 해석은 오히려 정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결선투표제 도입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해진다. 대권 후보마다 미묘한 견해차가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정치공학적 셈법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학자들 견해도 각기 다르다. 헌법 개정 사안이라는 주장이 다수이긴 하지만 법률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헌법 개정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아무리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위헌적 요소를 선결하지 않고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국론만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헌법적 논쟁을 뛰어넘는 정치적 문제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전진이 기자

이래서 찬성 - 한상희(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현 당선 방식 민주적 정당성 취약… 결선투표, 다양한 정파 연대 가능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경합하는 현대사회에서 민주적 정당성은 정치적 권위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민주적 정당성은 매우 취약하다.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를 당선시키는 상대다수제 방식 때문이다.

그것은 투표율 하락 현상과 함께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남짓한 득표로 당선되는 경우를 양산했다. 또한 극심한 여야 대립 속에서 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압박이 작동하면서 군소정당 후보들은 경주도 못해 본 채 물러나야 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당선인인 대통령에게는 온전한 민주적 정당성을 마련하지 못하고,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완주의 기회마저 박탈해 버리는,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경로로 변질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당·정파 사이에 연대와 합작이 도모될 가능성을 없애 버린다. 오로지 순간적인 힘의 분포에 터 잡아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어내고 그로써 우리의 정치를 황폐화시켜 버린다.

결선투표제 도입은 이 점에서 큰 개혁 과제가 된다. 그것은 1차 투표에서 절대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정파들이 나름의 협상과 조정을 통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이런 협상과 절충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공동선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가 봉착한 여야, 좌우, 보수-진보의 극단적 양극화 경향을 나름 완충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제대로 정치 영역으로 포섭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근 결선투표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것이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에서 당선인을 결정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헌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규정은 2인 이상의 동점자가 나왔을 때 적용되는 것이지 그 선거를 구성하는 ‘투표’의 방식이나 횟수를 규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헌법은 1962년 헌법의 대통령 직선제 이래 당선인 결정 방식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해 왔다. 이런 헌법의 침묵을 헌법의 금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통치기구에 관한 한 헌법 조항은 최소한의 게임 규칙을 정한다. 그래서 헌법의 침묵은 헌법 이념이나 가치로 보충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이유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방안들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연혁적으로도 그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 대통령 직선제를 처음 도입한 1952년 헌법에서는 ‘당선인은 최고 득표수로 결정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그런데 1962년 헌법에서는 이를 삭제하고 그 규정을 대통령선거법에 두었다. 대신 선거법에 있던 ‘후보자가 1인인 때에는 선거인 총수의 3분의 1 이상 득표해야 당선인으로 한다’는 규정을 헌법으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는 현행 헌법도 마찬가지다. 당선인 결정 방법을 헌법이 아니라 법률에 위임한 반면에 후보자가 1인이거나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예외적인 사태가 발생해 선거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한해 헌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한 헌법 규정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지점에서다. 상대다수제는 물론 결선투표제 또한 법률로써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부연하거니와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헌법가치다. 마침 촛불의 힘으로 우리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대통령제를 하는 국가 거의 대부분이 취하고 있는 결선투표제 문제가 정파적 이해다툼에서 벗어나 우리 정치 개혁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함은 이 때문이다.

이래서 반대 - 신봉기(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대선 결선투표 법 개정만으론 안돼… 자의적 해석 땐 심각한 헌법 왜곡


찬성론자들은 결선투표제가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 원리에 적합하고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든다. 찬성론이 주장하는 여러 장점들은 상당 부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헌법 규정의 자의적 해석 외에도 선거의 왜곡, 선거 유형을 불문하고 동일한 기준의 요구 등 문제점이 더욱 심각할 수 있으므로 헌법 개정 없이 공직선거법 개정이나 해석론으로 이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우선 헌법 제67조가 이를 허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대통령 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제5항 외에 제2항과 제3항까지 찬성 논거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문리적·역사적 해석 방법에 의할 때 이 조항은 그렇게 심각히 생각할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적어도 국민의 ‘직접’선거로는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것과 과거 유정회 선거와 같이 단일 후보 찬반투표 형식의 선거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5항이 결선투표를 법률에 유보한 것인가의 쟁점만 남는다.

아쉽게도 제5항은 법률에 결선투표를 정하는 것까지 허용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헌법 제67조 제5항은 단순한 선거 절차적 사항에 한정하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선출 방식까지 확대한다면 심각한 헌법 왜곡 현상을 초래한다. 제5항을 명시적 헌법 규정이 없으면 모두 법률로 정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해석할 경우 그 순간 헌법은 한낱 종이문서로 전락한다. 결선투표제와 같은 대통령 당선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내용은 대통령 선거의 핵심 사항이고, 핵심 사항은 헌법에 직접 규율하거나 명시적 위임을 요하는 것이어야 한다.

1952년 직선제 헌법의 ‘최고 득표수 당선 결정’ 규정이 1962년 헌법과 1987년 헌법에서 삭제됐기 때문에 결선투표제를 허용한다고 보는 주장도 있지만 옳지 않다. 결선투표제를 허용하겠다는 의지였다면 오히려 ‘최고 득표수 결정’을 삭제하는 대신 ‘결선투표’ 규정을 적극 규정하는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 간선제와 직선제를 수차례 오가면서 매 간선제 헌법에서는 국회나 통일주체국민회의 등에서 ‘1차-2차-결선’으로 돼 있는 결선투표가 유독 직선제로 올 때마다 매번 누락된 이유는 직선제에서는 결선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개헌권자의 의지의 반영이다.

다음, 헌법적 근거 없이 법률적 근거만으로 또는 해석만으로 이를 허용하는 나라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결선투표를 허용하는 프랑스조차 ‘헌법’에서 결선투표제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런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단순히 외국 입법례가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지금까지 단순다수득표제로 해석·운용되어 온 헌법 현실을 뒤집기도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결선투표제의 장단점은 나라에 따라 상반된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1위-2·3위 간 선거 결과의 왜곡이다.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뒤집기’가 국가 운명을 가를 대통령 선거에서 2·3위 간 야합으로 1위가 탈락한다면 그것은 불확실하고 투기적인 현상으로서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우리 현실에서 낙선한 1차 투표 1위자의 반발이 어떤 결과로 치닫게 될 것인지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백번 양보해 만일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로 보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이제까지 우려했던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당정파에 따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끊임없이 제출되고, 국회는 의석을 기반으로 매번 정쟁의 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 경우 오히려 법률에 있는 결선투표 규정을 헌법에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될 수도 있다.

찬성론자들에게 묻는다. 과연 결선투표제만 도입되면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일거에 해결되는 ‘절대선(絶對善)’이 충족되는가? 이 질문에 어느 누구도 쉽게 긍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