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 피의자로 직접 조사하는 수순 역시 필연이 됐다. 뇌물 혐의를 놓고 박 대통령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 외 다른 선택지를 특검팀 스스로 없애 버린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430억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최순실씨와 공범 관계인 박 대통령의 수뢰 혐의 규모 역시 430억원부터 출발하는 셈이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도 뇌물 범주에 넣은 이상 박 대통령의 수뢰 혐의 액수는 다른 재벌 수사 경과에 따라 계속 추가될 수 있다.
법정형이 최대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는 중대 범죄 혐의를 받게 된 박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공유 관계라는 얘기는 인정할 수 없고 정확히 규명되지도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계열사 합병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이) 완전히 엮은 거다. 누구를 봐준다는 생각은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입증된 바 없다고 항변한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낸 답변서에서도 “박 대통령과 기업 사이에 미르·K스포츠재단이 당면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라는 인식이나 양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은 ‘최순실 지원=대통령 뇌물’이란 등식을 뒷받침하는 여러 진술과 물증을 충분히 축적했다는 입장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이익 공유 관계, 삼성의 부정한 청탁 등은 객관적 자료로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특검은 수사의 기세 측면도 고려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앞두고 뇌물 공여자로 규정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마저 포기하면 이후 수사 추진력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판단이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현 단계에서 뇌물죄 수사 의지를 천명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조만간 정식 인지 절차를 거쳐 박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이다.
수사 일정상 다음달 초쯤 청와대 인근 안가(安家)에서의 조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 대면조사는) 상황을 종합해 가급적 한 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돌아갈 수 없는 다리 건넌 특검… ‘朴’과 정면승부 외길만 남았다
입력 2017-01-1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