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른 걸 찾는 편인 것 같아요. 지금과 또 다른 뭔가를 만들어내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35)이 영화 ‘공조’를 선택한 이유는 간명했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 연기 인생 14년 만에 처음으로 액션다운 액션에 도전했다. 로맨틱함 대신 터프함을, 부드러움 대신 단단함을 입고서.
18일 개봉한 ‘공조’에서 현빈은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 역을 맡았다.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지폐 동판을 훔쳐 달아난 일당을 잡기 위해 남으로 파견돼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와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일단 시나리오와 소재가 흥미로웠다”며 “유해진 선배와의 불협화음 속 공조, 다양한 액션 볼거리 등도 기대되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유달리 준비할 게 많은 작품이었다. 북한 말씨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건 물론 007을 방불케 하는 액션을 펼쳐야 했다. 그래서 출연 결정 직후 북한말 강사와 무술 팀을 만나 훈련을 시작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고생할 수 있으니까요. 뭐라도 하고 있으니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달리는 차에 매달리거나 밧줄 하나 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고난도 액션까지 직접 소화했다. “액션하면서 무서웠던 적 많죠(웃음). 근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철령은 말보다 몸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라서. 주변에선 만류했죠. 혹시라도 제가 다치면 촬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현빈은 어떤 현장에서든 자신의 최대한을 쏟아 붓는다.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이다. 그는 “대충할 수도 있겠지만 제 성격상 그게 안 된다”며 “뒤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주시는 스태프들이 있는데 배우가 열심히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죄송하지 않나”라고 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MBC·2005) ‘시크릿 가든’(SBS·2010) 등 드라마를 통해 뜨겁게 주목받은 현빈은 여전히 ‘로맨틱 가이’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는 사실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만추’(2011) ‘역린’(2014) 등에서 그랬듯 늘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한다.
“제가 원하는 방향과 관객이 원하는 방향 사이에서 늘 고민해요.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인물의 배경은 재벌이었죠. 하지만 배우로서 그런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해요. 관객이 원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게 제 일인 것 같아요.”
진중하고 바르기로 정평이 난 그다웠다. 현빈은 매 질문 차분히 생각한 뒤 정제된 답변을 내놓았다. 매사에 이토록 반듯하기란 쉽지 않을 테다. “막 살고 싶을 때도 있지 않느냐”는 푸념어린 물음에 그는 “많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엔 삶의 패턴을 바꿔보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 익숙해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전 사소한 걸 하고 싶더라고요. 공개 데이트요? 그런 건 나중에…. 그냥 일상의 소소함을 느껴보고 싶어요. 누구 눈치 안 보고 편하게.”
권남영 기자
“로코만 할 순 없죠, 배우니까” 현빈의 완벽주의 [인터뷰]
입력 2017-01-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