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묵직할 순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2017년 스크린을 꽉 채운다. 자타공인 연기장인(匠人)으로 불리는 최민식(55) 한석규(53) 송강호(50) 설경구(49) 황정민(47)이 각각 두 작품 이상씩을 준비했다.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한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 최민식이 선봉에 선다.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과 정지우 감독의 ‘침묵’에서 각각 정치인과 재벌 회장 역을 맡아 추악한 현실을 비꼰다.
‘특별시민’은 대한민국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최민식이 연기한 변종구는 대중 앞에선 너그러운 척하지만 실상은 권력욕에 휩싸인 두 얼굴의 정치인이다. 곽도원 라미란 심은경 류혜영 등과 함께 리얼한 정치세계를 재현했다.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를 리메이크한 ‘침묵’은 재벌 회장(최민식)의 약혼녀가 살해당한 뒤 회장의 딸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최민식은 “처음 영화를 찍었을 때의 설렘과 긴장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SBS)를 통해 명실상부한 연기력을 재증명한 한석규는 ‘상의원’(2014)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촬영을 끝마친 ‘더 프리즌’(감독 나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의 전쟁’(가제·감독 임성찬) 출연은 최종 협의 중이다.
김영삼 정권 당시를 배경으로 한 ‘더 프리즌’은 정부 고위층과의 뒷거래로 교도소 안에서 왕 노릇을 하는 죄수(한석규)와 그에게 접근하는 전직 꼴통 경찰(김래원)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전쟁’은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발생한 고(故)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뤘다. 민감한 소재의 작품인 만큼 제작이 다소 지연됐었으나 한석규 임슬옹 등 캐스팅 논의와 함께 프로젝트에 다시 파란불이 켜졌다.
‘관상’(2013)부터 ‘변호인’(2014) ‘사도’(2015) ‘밀정’(2016)에 이르기까지 흥행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송강호는 올해도 부지런히 관객을 만난다. 다소 사회성 짙은 영화 ‘택시운전사’와 ‘제5열’을 차례로 내놓는다.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한 작품이다. 광주의 참상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그를 도운 택시기사 김사복(송강호)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상반기 크랭크인되는 ‘제5열’(감독 원신연)은 국방 비리 사건을 다뤘다.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힌 군 수사관이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는 과정을 액션 스릴러 장르로 풀었다.
최근 몇 작품에서 흥행에 고전한 설경구는 올해 눈부신 반전을 꾀한다. 김준성 감독의 ‘루시드 드림’, 원신연 감독의 ‘살인자의 기억법’,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등 세 작품에서 각기 다른 색깔과 깊이를 보여줄 예정이다.
가장 먼저 선보일 작품은 ‘루시드 드림’. 아들을 잃어버린 한 남자(고수)가 자각몽을 통해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에서 설경구는 오랜만에 형사 역을 소화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최근 촬영을 마친 ‘불한당’에서는 교도소를 평정하고 출소해 조직의 1인자를 꿈꾸는 재호 역을 맡았다.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황정민의 차기작은 ‘군함도’와 ‘공작’이다.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검사외전’ ‘곡성’(이상 2016) 등을 잇는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한 ‘군함도’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이 합류한 영화는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뒤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 400여명의 이야기를 비춘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은 1990년대 중반 북한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에 잠입한 남측 첩보원(황정민)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간 첩보전을 그린다. 황정민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호흡을 맞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최민식·송강호·한석규·설경구·황정민… 연기킹들이 온다
입력 2017-01-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