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압력’ 문형표, 특검 1호 기소

입력 2017-01-16 18:05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는 모습.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켜야 할 그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특검의 첫 기소 대상이 됐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합병 성사 과정 전반을 챙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직권남용과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16일 구속 기소됐다. 문 전 장관은 특검 출범 이후 ‘1호 구속’에 이어 ‘1호 기소’의 불명예도 안게 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 말쯤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삼성 합병 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

문 전 장관은 곧바로 담당인 조남권 연금정책국장에게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을 의결해 양사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지시했고, 조 국장은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건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고 윗선의 지시를 전했다. 그는 “삼척동자도 다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입단속도 시켰다.

당시 기금운용본부는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오히려 문 전 장관은 “이번 합병 건은 100% 슈어(sure)하게 성사돼야 한다”며 “전문위원회 위원별로 상세 대응보고서를 만들어 보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일보 2016년 12월 29일자 1·3면 보도).

실제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와 ‘의결권 행사 전담 TF팀’을 만들어 전문위원 성향을 분석해 결과 예측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전 장관은 전문위원회 가결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이자 내부 투자위원회 결정을 강행했다.

결국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합병 찬성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본부장은 합병 찬성의 대내외적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적정 합병비율 및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수치 등을 조작했고, 회의 정회 중 위원들을 개별 접촉해 찬성투표를 유도했다.

전문위원장이 직권으로 전문위원회를 열겠다고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으나 문 전 장관은 전문위원들과 개별 접촉해 반발을 무마했다. 조 국장 역시 국민연금재정과장에게 “과장직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한다”며 적극 대응을 지시했다. 해당 과장은 문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에 시끄럽지 않도록 잘 대응해 달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