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재부품기업, 中 굴기에 한숨

입력 2017-01-16 17:40 수정 2017-01-16 21:20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재·부품산업이 중국의 ‘자급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한국의 소재·부품 수출이 2519억 달러, 수입이 1525억 달러로 각각 4.8%, 4.5% 감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산업부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의 가공무역 제한정책 등으로 2015년 대비 무역흑자 폭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소재·부품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무려 11.5%나 감소했다. 한국산 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 전자부품과 수송기계 수출은 827억 달러에 그쳤다. 전체 소재·부품 수출 물량 중 중국의 비중도 2015년 35%였던 것이 지난해 32.8%로 줄었다.

소재·부품 수출 감소는 한국 수출의 위기를 의미한다. 소재·부품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519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 중 50.8%였다. 연도별 역대 최고치다.

SK증권 안영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주로 중간재”라며 “중국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며 중간재 기술력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소재·부품의 자급도 향상 정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2015년 발표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캠페인’이다. 질적인 면에서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며 중국정부는 산업 고도화 전략으로 소재·부품의 기술력을 키우는 데 적극 투자했다. 2000년 32.7%에 불과했던 현지 조달률은 지난해 44%로 늘었다.

전망은 더 안 좋다.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한국을 쫓아오면서 자급률은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 공급 과잉 현상을 낳기도 했다.

여기에 사드 배치로 중국의 무역 보복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배터리는 무역 보복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공업화신식부가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을 보면 해당 493개 차량 모델 중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없었다.

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공포’ 그 자체다. 경기도에서 대기업으로부터 디스플레이 생산 하청을 받고 있는 A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체감하는 수준은 그 이상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기업에서 수출 물량이 줄었다면서 우리 쪽에 주던 하청 물량을 줄였다. 생산과 물류라인 인력을 10%가량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관계자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을 앞세워 소재·부품을 고부가가치화해 중국 제품과 차별화하는 것뿐”이라며 “하지만 최근 사드로 통상 관계까지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