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문 준비하느라 시간 부족… 재판 속력 늦춰달라”… 朴, 노골적 지연 작전

입력 2017-01-17 05:03
“소추사유 가운데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 있는지,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께서 최순실씨로부터 연설문과 관련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측 대리인 모두 충분한 석명(釋明)을 하지 않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16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제5차 공개변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양측 대리인단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에는 탄핵소추 사유의 사실관계 특정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또 박 대통령 측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을 좀더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재차 지적·당부했던 헌재였다. 박 소장은 “양측은 국가적, 헌정사적 중대성을 감안해 심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결국 빠른 사실관계 정리와 석명 응답을 촉구하는 말이었다.

헌재는 지난달 사건 접수 이후 심리의 공정성만큼이나 신속성을 강조하며 양측에 협조를 독려해 왔다. 탄핵정국이 길어지는 것 자체가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며 큰 국가적 손실이라는 판단이었다. 증인신문이 시작된 이후에는 주 3회 변론도 강행했다. 물론 공개변론 초반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하거나 잠적한 데서 온 고육책이다.

신속성을 요구하는 재판부 태도는 선명하지만 박 대통령의 파면 필요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한 양측은 각자의 증인신문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피청구인 측은 “증인신문 사항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검토할 기록이 4만 페이지에 달한다”며 재판 속력을 늦춰 달라는 의견을 누차 피력했다. 이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참고로 저는 혼자서도 일별을 다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도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씨의 반대신문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은 보충질의를 포함해 오전 중에 마무리됐지만 박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만 70페이지 정도가 된다”며 “3∼4시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이 “아니, 최서원(최순실씨 개명 후 이름)에 대해서…”라며 제대로 말한 게 맞는지 되물을 지경이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증인신문에 대해서도 국회 소추위원 측이 “오전 중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3∼4시간 걸릴 것”이라고 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차은택씨 등 추가적인 증인들에 대해 청구인 측이 “내일도 신문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박 대통령 측은 “너무 급박하다”며 시간을 더 줄 것을 호소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