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빈곤층만 마신다?… 中 ‘공기 불평등’

입력 2017-01-17 05:02

공기(에어)와 대재앙(아포칼립스)의 합성어 ‘에어포칼립스’로 불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부자는 가난한 사람과 동일한 공기를 마시지 않는다. 부자는 공기가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곳에 살고 고가의 다양한 용품을 사들여 스모그에 맞서고 있다. 공해가 건강 이슈를 넘어서 계급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16일 소득 수준에 따라 공해 대처가 극명하게 갈리는 베이징의 실태를 전했다. 젊은 부유층에 속하는 왕지앙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방 공기를 체크하고 유기농 식재료로 식사를 준비한다. 채소와 과일은 특수 여과기로 걸러진 수돗물로 씻는다. 이 물을 마시지는 않고 수입 생수를 식수로 쓴다.

왕씨는 최근 한화로 500만원 넘게 들여 외부 공기를 여과하는 환풍기를 설치했다. 공기청정기도 방마다 따로 있다. 총 8개로 가격은 850만원이며, 매달 필터를 교체하는 데 50만원이 든다. 수돗물 여과기는 35만원, 욕실 샤워기 필터는 118만원에 달한다. 1주일에 두 번 농장 직송으로 배달 받는 유기농 채소는 연회비가 400만원이다. 왕씨는 “다 비싸지만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매슈 칸 교수는 “공기오염이 중국 도시의 빈부 간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왕씨 같은 부자들은 비싼 돈을 들여 열심히 자기방어 수단을 갖추고 공기 좋은 시골에 별장도 마련하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거의 무방비로 공해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난징대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중국 74개 도시에서 발생한 300만건의 사망 사례 가운데 31.8%가 공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해를 흡연과 동등한 수준의 건강 위협으로 규정했다.

중국에서 공해 방지 관련 사업은 한창 뜨고 있다. 집이나 사무실 오염도를 측정하고 정화 컨설팅을 해주는 EA라는 업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베이징 시민 평균 월급이 167만원인데, 이 회사 최고급 패키지 가격은 1780만원에 육박한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