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독일의 도구”… 트럼프, 유럽 흔들기

입력 2017-01-16 18:27 수정 2017-01-16 21:33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15일(현지시간)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리허설에서 각각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대역을 맡은 육군 원사 그레고리 로리(왼쪽)와 상병 세라 코리가 취임선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취임을 코앞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럽연합(EU) 체제 흔들기에 나섰다. EU를 “독일을 위한 도구(vehicle)”일 뿐이라고 폄하하면서 “(영국처럼) 다른 국가들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선 날을 세우며 그의 난민 포용책을 “재앙적 실수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일간 더타임스,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EU 체제를 집중 포격했다. 지난해 6월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EU 탈퇴)를 결정한 것에 대해 “훌륭하다”고 평가했고, “양자 무역협상을 지지한다”며 취임 직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메이는 17일 브렉시트 협상안의 구체적 윤곽을 공개하는 중대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 파운드화는 다시 출렁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1.2달러(약 1419원) 벽을 깨고 1.1986달러까지 추락하는 등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트럼프는 브렉시트 배경에 난민 문제가 있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이후 EU를 떠나는 국가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르켈을 두고는 “출신지도 모르는 불법 이민자를 아무 곳에서나 받아들이는 몹시 나쁜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인터뷰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테러도 막지 못하는 ‘한물간(obsolete) 조직’이라 언급했다. “우리가 그 나라들을 보호하도록 돼 있는데 그들 중 다수는 그만큼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동맹국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도마에 올렸다.

반면 러시아엔 유화 제스처를 내비쳤다. 대러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지 보자. 핵무기가 훨씬 줄어들고 상당 부분 감축돼야 한다”며 “러시아는 제재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이득이 될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메르켈과 푸틴을 “모두 신뢰하겠다”면서도 “얼마나 오래 갈지 살펴보자. (신뢰가) 길게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일 자동차 기업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그는 이번엔 독일 BMW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BMW가 멕시코에 새 공장을 짓고 그곳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면 35%의 국경세(border tax)를 물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 영토 내 새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이 회사에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멕시코는 즉각 반발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경제부 장관은 “트럼프가 구상하는 35% 관세 부과 방안은 전 세계에 충격을 낳을 것”이라며 “이를 상쇄할 방안을 즉각 준비해야 한다”며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및 보호무역주의가 노골화되면서 그와 메르켈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르켈은 지난 13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트럼프의) 취임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제를 각자 해결하는 것보다 파트너로서 함께 행동할 때 더 유리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U의 결속을 다시 강화하려는 메르켈과 EU 와해를 부채질하는 트럼프가 맞부딪히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례 드문 미-유럽 간 냉각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