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나 여자친구 중 한 명은 회사를 그만둬야겠네요.”
이경준(38)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이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자기들 힘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전세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일 때 ‘행복주택’이 눈길을 잡았다. 하지만 이씨는 소득 기준을 초과해 입주 신청을 포기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소득을 합하니 기준을 넘었다. 행복주택에 들어가려면 부부 중에 소득이 적은 사람은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력 단절을 없애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경력 단절을 부추긴다”고 씁쓸해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6일까지 행복주택 오류지구 모집 신청을 받았다. 오류지구는 행복주택에 조성하는 첫 신혼부부 특화단지다. 그러나 신청 자격 기준인 ‘소득 수준’이 비현실적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저소득층 지원이 행복주택 취지라고는 하지만 유독 맞벌이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의 경우 3인 가구 평균 소득을 입주 기준으로 삼았다. 외벌이는 평균 소득의 100% 이하, 맞벌이는 120% 이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외벌이는 월평균 481만원, 맞벌이는 57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신혼부부는 결혼 5년차까지 해당된다. 사회 초년생의 행복주택 입주 기준은 월평균 소득 386만원 이하다. 금액만 놓고 보면 사회 초년생이나 외벌이에게는 관대하다. 더욱이 이 소득 기준은 ‘세전 수입’이다.
결혼 2년차인 김모씨 부부도 이 문턱에 걸렸다. 맞벌이인 김씨는 “둘이 합쳐 세전 수입이 600만원이 넘는데 세금 내고 국민연금 보험료 등이 빠져나가면 통장에 들어오는 건 500만원 초반대”라며 “월급을 한푼 안 쓰고 10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형편인데 우리 부부가 고소득이라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비즈카페] 경력단절 부추기는 행복주택
입력 2017-01-17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