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어느 쪽이든 기존 정당과 함께하겠다”

입력 2017-01-16 17:46 수정 2017-01-17 16:52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부터 나흘간 영호남, 충청지역을 두루 돌며 통합을 강조할 예정이다.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기존의) 정당과 함께하겠다”며 “설 이후 입당 여부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경남 김해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당신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안 한다고만 해서 될 게 아니라 운명인 것 같았다”고 했다. 확실한 출마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반 전 총장은 또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며 “개헌은 대통령이 된 사람이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논의되는 대선 전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처음 피력한 것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도 거듭 반박했다. 반 전 총장은 “화딱지가 나서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물러나겠다고 하려 했다”며 “하지만 참모들이 너무 센 말을 자제하자고 해서 참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이라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적에 발끈했다. 그는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문 대표보다는 더 오래 살았다”며 “제가 호강해서 남의 고통을 모른다는 건 너무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응수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한국의 변혁은 (내가 문 전 대표보다) 더 많이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6·25전쟁 때 땅바닥에 앉아서 공부하는 등 상당히 어려운 과정에서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어 “약자를 보호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좀…”이라며 유감도 표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경남 거제와 부산 자갈치시장 등 영남 지역을 돌며 ‘민생 행보’에 집중했다. 17일엔 경남 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전남 진도 팽목항 방문 등 영호남을 아우르는 행보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10년간 외국에 머물렀던 만큼 귀국 후 지역 곳곳의 민심을 들으며 출마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오전 10시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해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2분가량 귀국 인사를 나눴다. 이어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점을 감안한 듯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10년간 노고가 많으셨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셨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앞서 15일엔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당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은 귀국 직후 ‘컨벤션효과’ 등으로 지난주보다 0.7% 포인트 상승한 22.2%를 기록, 1위인 문 전 대표(26.1%)를 추격했다.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지난 9∼13일 19세 이상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 포인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당일인 12일 23.3%, 다음 날인 13일에는 25.3%의 지지율을 기록해 각각 24.9%와 23.7%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호각세를 보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거제 부산=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