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초강수… ‘朴대통령 뇌물죄’ 정조준

입력 2017-01-16 17:34

“국가경제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부여한 의미다. 경제적 충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이 부회장의 책임이 경감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쟁점이 됐던 제3자 뇌물죄와 일반 뇌물죄 적용 여부는 사건 구도와 건네진 돈의 성격 등에 따라 분리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요청한 삼성그룹 승계 전반에 대한 지원을 부정한 청탁으로 보고 법원에 영장 발부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 뇌물죄의 최대 승부처가 될 이 부회장 구속 여부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됐다.

특검이 16일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에는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일가에 건넨 직간접 지원이 모두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최씨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213억여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이 뇌물로 간주됐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204억원도 특검은 뇌물로 판단했다. 금액이 총 43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구속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특검은 돈이 건네진 구도에 따라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나눠 적용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뇌물죄를, 최씨 일가 사업체에 지원된 나머지 금액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뇌물공여 금액 중 일부를 이 부회장의 횡령(특경가법)과 연결지었다. 이 부회장이 본인의 승계를 위해 회삿돈을 빼돌린 구조로 보는 셈이다. 횡령액에는 최씨 일가에 실제 지원이 이뤄진 금액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코레스포츠에 지원한 280만 유로(당시 환율로 약 37억원)와 독일의 삼성전자 명의 계좌로 송금된 319만 유로(약 43억원)가 이에 해당한다. 장씨에게 지원된 16억2800만원도 횡령액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중요한 잣대가 될 범죄 혐의 소명도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 그리고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부분에 결국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을 비롯해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을 뇌물의 대가 또는 부정한 청탁(제3자 뇌물의 경우)으로 본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의한 지원이었다는 삼성의 피해자 논리는 특검에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 모녀 지원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증언한 발언을 위증 혐의로 판단해 죄목에 추가했다. 직접 조사 없이 박 대통령을 사실상 공범으로 적시했다는 지적에 특검은 “박 대통령이 자료를 통해 의견을 밝힌 사실이 있고 추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등 임원진은 불구속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뇌물공여의 최종적 책임은 이 부회장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