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수도권 교회는 구직난-농촌 교회는 구인난

입력 2017-01-16 21:21
장로회신학대 교수들과 졸업생들이 지난해 2월 열린 109회 학위수여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기독공보 제공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경기도까지만 가오리다.’

익숙한 듯 낯선 문장입니다. 찬송가 323장의 가사 일부를 바꾼 겁니다. 일부 신학생들이 농담처럼 부른다고 합니다. 원래 가사는 ‘경기도까지만’이 아닌 ‘어디든지’입니다.

신학생인 김모(33) 전도사는 최근 통화에서 “소명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를 포기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둔 그는 요즘 전임부교역자로 갈 임지를 찾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건이 좋은 교회에 눈길이 간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던 애초의 다짐은 옅어진 것이죠. 비단 그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국내 신학대 홈페이지에는 초빙게시판이 있습니다. 전임부교역자와 교육전도사 등을 초빙하기 원하는 교회에서는 이곳에 구인공고를 올립니다. 연말·연시에는 그 수가 늘어납니다. 전임 교역자의 경우 신대원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자를 지원 자격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전도사 초빙공고까지 합쳐 1월에만 장로회신학대 홈페이지에는 400여건, 총신대에는 500여건의 초빙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사례비가 비교적 많은 교회, 사택 제공과 학비 지원 등 처우가 좋고 규모가 있는 교회, 담임목사가 명성이 있는 교회에 관심이 쏠립니다. 실제 부목사·전임전도사(1명)의 초빙공고를 올린 A교회는 ‘사례비+보너스 400%+명절보너스(2회)+차량과 사택 지원’의 조건에 출석 성도 수 1500명 이상임을 명시했는데 게시 이틀 만에 수십여명이 지원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 교회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반면 지방 교회, 특히 농·어촌 교회에는 관심을 보이는 이가 적습니다. 전북 군산의 B교회는 전임 전도사(1명) 초빙공고를 올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 교회의 사례비는 월 150만원 수준이며 그 외 보장된 처우는 없습니다. 간혹 지원 문의는 있었지만 사례비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 교회 이모 목사는 “목회 방향성이나 사역의 내용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돈 이야기부터 꺼내는 지원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젊은 목회자들이 세속의 이치만 따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태의 책임을 신학생들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5년 전임 및 파트타임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 전임 부교역자 가운데 70.2%는 월 사례비가 200만원 미만, 36.2%는 15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최근 서울 강동구의 C교회로 사역지를 옮긴 신모 부목사는 “농촌 교회에서 열정을 다해 4년을 일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고, 한 달에 100만원 조금 넘는 사례비로는 네 식구가 생활하기 어려웠다”며 “부교역자가 한 명뿐이어서 목양 외에 차량운행, 교회 청소 등 온갖 업무를 도맡아 하며 지쳐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는 교회에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도시교회가 농어촌교회를 돕고, 중대형 교회가 미자립교회를 도울 수 있도록 노회와 총회 차원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김관선(서울 산정현교회) 목사는 “농어촌교회에서 예수 잘 믿는 분들이 도시교회로 와서 부흥한 셈이기 때문에 도시교회는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며 “도시교회는 ‘내 교회 살리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농어촌교회를 도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지를 구하는 이들이 언제든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6:8)라고 담대히 고백하고, 각 교회는 그들을 택하신 하나님 마음을 헤아려 존중하고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합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