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화장실에 좀….”
최순실씨는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16일 기행에 가까운 언행을 보였다. 최씨는 오전 신문이 채 마무리되기 전 박한철 헌재소장을 향해 “화장실에 좀”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쯤에도 증인신문 도중 “조금 쉬었다가, 약도 먹고, 한 5분만 쉬어도 될까요”라고 재판관석을 향해 말했다. 이때 최씨는 약봉투를 전달받았고, 휴정됐다.
긴장한 표정으로 제한적인 답변만 이어갔던 다른 증인들과 달리 최씨는 사안에 따라 “누가 얘기했는지 묻고 싶다”고 되묻기도 했다. 재판장에게 억울함을 강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자신을 조사한 검찰과 특검에 대해서는 “강압 수사를 입에 담기도 너무 힘들다”며 “거기서 자살을 해버리려고 그랬는데, 자살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을 묻자 대답하지 못했다.
언론 탓도 끊임없었다. 최씨가 2013년 딸 정유라씨의 승마대회 준우승 이후 심판 탓을 했다는 정황이 피청구인 측의 신문 도중 거론되자 “그걸 내가 설명하고 싶다”며 말을 잘랐다. 이어 “우승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1·2·3등 점수가 매겨지는 게 있다”며 “언론보도 때문에 애가 상처를 받고 완전히 잘 못나가서 지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재산이 몇 조가 있다는 등 과장되고 부풀어져 있다” “내가 완전히 괴물이 돼 있다”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 이야기가 나올 때 최씨는 “누명을 쓰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그는 박 대통령 국정철학을 묻자 “어떻게 해서든 국민을 잘 살게 하고 싶어 하셨다”면서 “나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라고 했다. “전두환 시절 많이 핍박을 받으시고 굉장히 마음을 힘들게 가지셔서 거의 가택에서 계셨기 때문에, 그때 많은 위로를 편지로나 전해드렸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소추위원 측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최씨는 “기억이 안 난다”며 “어제오늘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걸…”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
“화장실 좀… 5분만 쉬어도 될까요…” 긴장감 없는 崔
입력 2017-01-16 17:36 수정 2017-01-16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