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후 최초로 총수 구속 위기에 처한 삼성이 패닉에 빠졌다. 재계는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특검 수사 방식과 삼성의 경영권 공백 위기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은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은 공식입장을 통해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삼성 내부에서는 “법리적으로 구속 사유가 없는데 특검이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동안 검찰의 압수수색, 소환 조사,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 모두 성실히 임했고 출국금지된 상태라 도주의 우려도 없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같은 글로벌 기업인이 도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며 도주해서 얻을 수 있는 실리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권 승계뿐 아니라 주요 기업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의사결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시기를 놓친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도 당분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올해 경영계획, 투자 계획도 제대로 세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상반기에는 분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지주회사 분할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 분할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삼성 내부의 동요도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인재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회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해외 우수인력은 최근의 사태에 실망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특검 수사를 받았던 2008년에도 임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0억 달러에 계약한 하만 인수 건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하만 일부 주주가 인수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다 하만 내부 임직원들도 최근 사태로 인수에 반대하는 기류가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M&A가 성사되더라도 삼성 이미지 추락 탓에 주요 임직원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삼성의 대외 신인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통해 뇌물 범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는 FCPA 대상이 된다. 향후 이 부회장이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미국 등 해외에서 삼성의 사업 기회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단체들은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 구속 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경총도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 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삼성 “특검 결정 이해 안돼… 여론 의식해 무리”
입력 2017-01-16 17:45 수정 2017-01-16 21:41